「레이건」취임후 최대의 정치적승리|레이건 감세법안, 미 양원통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미상하양원은 29일 「레이건」대통령의 감세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레이건」 대통령은 그의 야심적인 새경제정책을 강력히 추진할수 있게됐다.
정부지출규모를 축소하고 민간경제활동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완화하여 불황에 빠진 미국경제를 회복시키려는 「레이건」경제정책의 초점이 되어오던 이 감세안은 그동안 민주당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쳤으나 이날 표결에서 하원의 민주당의원들이 대거 「레이건」감세법안을 찬성함으로써 「레이건」대통령은 정치적으로도 큰 승리를 거두었다.
이로써 「레이건」행정부는 앞으로 3년간 개인소득세를 25% 감면할수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레이건」행정부는 당초3년간 30% 감세하겠다고 공약했다가 민주당의 거센 반발을 받아 25%로 감세율을 낮추었다. 민주당은 「레이건」감세법안에 대신하여 2년간 15%만 세금을 줄이자는 수정안을 마련했으나 이날 하원표결에서 패했다.
「레이건」미대통령의 감세안이 29일 상하양원 본회의를 모두 통과함으로써 「레이건」대통령은 취임6개월만에 최대의 정치적승리를 거두었다. 앞으로 3년간 개인소득세및 연방세입의 25%삭감을 골자로한 이 감세계획이 예정대로 추진될 경우 미국은 앞으로 6년간 7천5백억달러의 세금을 삭감하는 역사적인 경제정책을 펼치게 된다.
지난 6월26일 민주당이 지배하는 하원에서 82회계연도 수정예산안이 통과됨으로써 「레이건」은 1차 성공을 거둔바 있으나 그당시 예산안을 지지했던 수많은 의원들조차 『감세안표결때는 상황이 달라질것』이라고 예견할 정도로 「레이건」의 앞날은 불투명하기만 했었다.
현재 미국의 상원의석분포는 공화53. 민주46, 무소속 1석으로 「레이건」행정부의 여러가지정책통과에 큰 문제가 없었으나 하원은 공화1백91, 민주2백42, 무소속 2명으로 여전히 민주당 지배아래 놓여있다. 그래서 「레이건」이 어떤 법안을 하원에서 통과시켜 놓으면 공화당의원 전원에다가 최소한 30명정도의 민주당의원들이 가담을 해야만 할 입장이다.
이번의 감세안은 상원에서 89대11로 압도적으로 통과되고 하원에서 48명의 민주당의원들이 「레이건」진영에 가담했다.
「카터」전대통령이 퇴임직전 제출했던 7천4백억달러의 예산안중 3백82억달러를 삭감했던 수정예산안 통과때도 그랬지만 이번 감세안의 의회통과를 위해서 「레이건」대통령은 그의 정치생명을 걸 정도로 「동원가능한 모든 방법」을 사용했다. 「레이건」은 연일 민주당의원들을 교대로 백악관에 초대해서 개별 설득작업을 펴는가하면 주말엔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민주당의원들을 불러 불고기파티를 열면서 감세안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텔리비전과 라디오방송은 시간마다 「레이건」의 새로운 경제정책을 밀어주자는 광고가 범람했고 「레이건」자신은 의회표결 이틀전인 27일밤 전국탤리비전 방송연설을 통해 국민들에게 직접 호소하기도 했다. 「레이건파도」를 막기위해 지리멸렬한 민주당세력을 규합하느라 고군분투해온 「토머스·오닐」하원의장은 투표전날까지도 20표 정도의 차이로 「레이건」의 패배를 장담했으나 막상 표대결에서 「레이건」이 승리한 것을 보고는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백악관측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안에서 가능한한 모든 로비를 했을뿐이라고 주장했으나 「오닐」의장은 「레이건」행정부가 민주당의원들에게까지 회유와 협박을 가해왔다고 비난했다.
「오닐」은 민주당측이 제안한 수정감세안 (2년간 15%삭감)을 설명하고 다니는 변호인들은 백악관으로부텨 『당신직업을 잊지않겠다』는 공갈을 받았고 군수산업체를 선거구에둔 의원들에겐 『당신 출신지역 군수회사가 국방성과 새계약을 하기를 원한다면 「레이건」을 지지하라』는 노골적인 압력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민주당의 「허바드」하원의원 (켄터키주)의 경우는 하루에 무려 5백통의 전화를 받았는데 이중 4백80명이 「레이건」을 지지하라는 요구였다』고 공개했는데 이런 전화를 건 상당수는 조직적인 로비회사들이 작용한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번 예산안때는 반대표를 던졌던 「허바드」의원은 결국 이번엔 「레이건」을 지지했다고 손을 들고 말았다.
「레이건」행정부뿐만 아니라 맥도널 더글러스같은 군수회사나 제너럴 모터즈, 다우케미컬 같은 대기업. 그리고 수많은 로비회사들이 「레이건」의 감세안통과를 위해 맹렬한 막후로비활동을 벌였다.
「레이건」의 감세안이 오는10월1일부터 실시될 경우 4인가족 기존의 중간층 가정은 3년후에 연간 1천48달러정도의 세금을 삭감받는 혜택이 있다. 민주당이 이 감세안을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레이건」행정부의 계획이 빈민구호나 사회보장제도, 학교지원계획등을 삭감하면서 부자들만 혜택을 주는 정책이라는 이유때문이다.
이에대해 「레이건」행정부는 인플레를 참고 정부지출을 억제하는등의 새로운 경제구상을 실천하려면 그정도의 세금삭감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새로 출범한 행정부가 소신껏 일할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반격해왔다.
그러나 워싱턴의 정치관측통들은 이번 감세안의 의회표결은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레이건」세력과 민주당세력간에 사실상의 실력을 판가름한다는 정치적 의미가 더 큰것으로 보고있다.
이제 레이건은 연거푸 공화당의원과 보수적인 남부지역출신 민주당의원들과의 「연합전선」을 형성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앞으로 그의 정책을 강력히 밀고 나갈 확고한 기반을 구축한 셈이됐다.
『민주당이 지배하는 미하원은 민주당의 아성이라는 의미를 이젠 잃었다』는 어느 중진의 푸념처럼 「레이건」대통령은 「지독한 세일즈맨」(「오닐」하원의장의 말)임이 증명됐다. 「오닐」은 그토록 처절한 싸움을 벌였던 이 세일즈맨 「레이건」에게 투표직후 축하전화를 했다.
이제는 「레이건」의 제반 정책이 당초의 구상대로 과연 「위대한 미국의 재건」을 향한 결실을 얻을수 있을까의 여부만 남아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