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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70세 여대생이 계속 나와야 행복한 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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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50대 중·후반에 은퇴해 100세 시대를 맞으려면 최소한 30년을 보내야 한다. 등산을 가거나 여행을 하면서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도 얼마 지나지 않으면 지루해진다. 생산적인 뭔가가 필요하다. 본지가 3~5일 보도한 ‘노인이 행복한 나라’ 기획시리즈는 꿈을 찾아가는 6074(60~74세)들의 역동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다.

 한강의 기적을 일구느라 꿈을 접고 살았던 이들이 회사 명함과 자식 부양의 짐을 내려놓고 꿈을 찾아 나선다. 70세 할머니는 화가가 되려 올해 미술대학 새내기가 됐다. 60세의 전 보험대리점 대표는 시를 배우러 국문학과에 입학했다. 이들은 밤샘 공부를 마다하지 않는다. 50년 연하의 동기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린다. 지난해 4년제 대학의 6074 학생들이 532명으로 4년 새 50% 증가했다. 전문대·폴리텍대학·평생교육원 같은 교육기관이나 노인복지관·여성발전센터 같은 복지시설에서, 심지어 시골 미술관에서도 꿈을 좇는다. 이들의 도전에 힘찬 박수를 보낸다.

 30년 이상을 더 보내려면 그간의 지혜와 경험만으론 한계가 있다. 지식의 재충전과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 문학·인문학·음악·미술, 보일러 수리·자동차 정비 등의 기능사가 인기를 끈다. 이들은 “하고 싶은 걸 찾아가니 너무 행복하다”고 말한다. 치매나 우울증조차 감히 넘볼 수 없다. 많이 움직이니 신체가 건강해지고, 사람들과 섞이니 소통이 원활해진다. 흔히들 성공적 노후를 위한 4요소, 즉 소득·건강·취미·인간관계 중 소득을 뺀 나머지 3박자가 맞아떨어진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고령인구가 늘고, 이들이 특별한 대비 없이 70~80세가 되면 국가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독일·프랑스·일본 같은 선진국은 일찌감치 이런 사실을 간파하고 대학 중심의 재교육(평생교육) 체계를 마련했다. 일본의 대학 10여 곳은 60세 이상 학생을 별도로 선발한다. 일부 대학은 수업료를 절반 감면하고 필기 시험 없이 면접만으로 선발한다.

 한국은 6074가 스스로 재교육의 길을 찾아야 한다. 거기에 드는 비용도 알아서 해야 한다. 우리도 일본처럼 대학들이 6074 클래스를 신설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고 전형 절차를 대폭 간소화해야 한다. 한 해 최고 1000만원에 달하는 등록금 부담도 줄여줘야 한다. 정원 외 입학을 늘리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노인 재교육에 노인복지관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수용 능력이 노인인구의 증가 속도를 따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내년부터 베이비부머(1955~63년생)가 60세를 넘기 시작하면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일수록 불균형이 두드러진다. 노인 관련 시설을 늘리고 창의적 프로그램 개발을 도와야 한다. 대학에 많이 설치돼 있는 평생교육원의 질을 높이는 것도 과제다. 6074의 웃음소리가 커질수록 노인복지 예산의 절감이라는 덤까지 따라온다는 사실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