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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냉해로 잘못 짚어 음료 업체 골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국내의 빙과류·청량음료 주력 업체인 L·H회사 등이 냉해가 계속된다는 일본의 기상정보를 참고했다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들 회사들은 외국의 기상정보를 고려, 예년에 비해 비축량을 감량 조정했다가 폭염으로 인한 폭발적수요에 쩔쩔매고 있는 것이다.
결국 지난해에 이어 예측하지 못한 기상으로 커다란 손실을 보았다.
이것은 사소한 예이지만 산업에 있어서 기상이란 사활을 좌우하는 요소가 될 때도 있다. 그러나 기상정보가 산업계에서 별다른 인정을 못 받고 있는게 현실이다.
전문가와 기업체의 인식부족도 산업기상을 생소한 용어로 만들고 있다.
기상은 농업은 말할 것도 없고 제초·건설업·서비스업 등에서 막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믿을 만한 기상정보는 천금과도 같다. 산업체의 입지조건에서부터 판매계획에 이르기까지 기상은 고려 안 할 수 없다. 산업체의 입지조건에서 기상이 미치는 비중은 10∼20%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면·섬유 공장이라면 습도가 낮고(60%) 기온이 섭씨20∼25도(이하 섭씨)인 날이 많은 지역이 좋고, 전자산업체는 습도 60∼65%, 기온은 21도 내외가 알맞다. 제약공장은 습도가 60∼70%, 기온은 20∼24도가 좋다. 반면 치즈생산공장이라면 90%의 높은 습도에 기온은 15도로 낮은 지역이 적격이다. 특히 온도에 민감한 화학 공장들은 지상·지표·지하의 온도를 고려해야 한다. 광고와 증권도 날씨와 무관하지 앉다.
미국의 모회사는 잡지와 TV에 태양광을 막아 주는 로션광고를 장기로 전국계약을 맺었다가 수십만 달러를 날렸다. 그해 여름은 날씨가 좋지 않아 사람들이 거의 구입을 안 했기 때문이다. 이 화장품 회사가 기상자문을 받았더라면 단기간의 지역광고로 바꿔 손해를 줄었을 것이다.
광고의 시기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어느 지역에 겨울 상품광고를 시작한다면 먼저 그 지역의 기온분포를 알아내 광고 시기를 정할 수 있다. 겨울 상품은 영하3도에서 많이 팔리기 시작하므로 이 기온이 시작되는 날을 찾아야 한다.
지난 수십년간의 기상자료를 분석하면 65∼70%의 확률을 갖는 기간을 알아낼 수 있다. 광고는 바로 이기간보다 1주일 앞당겨 시작해야 효과가 큰 것이다.
증권도 기상예보와 연관되어 시세가 달라지기도 한다. 곡물과 계절상품은 기상에 따라 수요가 급변하므로 주가도 변동하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지는 『기상정보는 증권시세 예측에 큰 가치를 갖고 있으나 본격적인 연구가 없어 그 관계가 체계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쓴 적이 있다.
상품수출도 세계의 기후 및 기상이 고려되어야 한다. 중동에 수출되는 껌은 그쪽의 기후와 수송도중 열대지방을 지나는 점을 고려, 무척 딱딱하게 만들어지며 방수포장비 등 배이상의 경비가 들고 있다.
홍수가 잦은 인도에 수출하는 화차는 차체가 특별히 높다.
이처럼 기상과 산업의 깊은 관계는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는 오래 전부터 인식돼 많은 기상정보 회사가 활동하고 있다.
기상정보 회사들은 기업체가 원하는 기상정보를 관상대 자료로 분석해 주며 세계 기상 현상에 대해 정보를 제공한다.
미국은 산업체를 위한 기상학회의 프로그램이 있고 많은 기상 정보 회사와 학자들이 기업체에 자문을 해주고 있다.
반면 국내 산업체의 기상정보 이용은 아직 걸음마 단계. 관상대에서 나오는 일기도를 복사해 받아 보는 정도다.
H상사의 유제품판매기획책임자 박성근씨(37)는 『하루 날씨에도 출하물동량이 달라지고 있어 관상대의 주간·월 예보가 크게 도움을 주고 있다』면서 『국내에는 1개월 이상 예보하는 곳이 없어 장기예보는 일본 자료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국내의 산업 기상은 주먹구구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앙관상대의 예보국장 김광식씨는 『오히려 외국인 회사들이 우리의 기상 자료를 더 많이 이용한다』고 말하고 『하수도 하나 묻는데도 기상자료를 이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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