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버스 요금만 올리고 서비스는 엉망|대절 단체 피서객들 큰 피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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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관광 회사들의 대민 서비스가 여전히 엉망이다. 섭씨30도를 웃도는 폭염이 계속되자 많은 사람들은 피서 길에 나서지만 이들을 실어 나르는 관광 회사측은 성수기란 이유로 관광 요금만 올린 채 무질서한 배차에 정원 초과를 예사로 하고 에어컨은 고사하고 창문조차 열리지 않는 관광버스가 적지 않아 피서객들은 출발 때부터 곤욕을 치르기 일쑤.
이 같은 현상은 장거리보다 단거리 코스를 뛰는 당일 관광의 경우가 심하다.

<무질서한 배차>
현재 서울 시내에서 관광버스를 직접 소유하고 전세 여객 운송업을 하거나 자기 소유의 차가 없이 국내 여행 알선 업을 하고 있는 관광 회사는 모두 43개소.
이들 대부분의 회사들은 최근 몇 년 사이 도로 사정이 좋아지자 장거리 코스에 배차를 늘린 반면 단거리 코스는 남는 교통편으로 운행하고 있어 당일 관광의 단거리 코스에는 배차 시간을 어기거나 성의 없는 차편을 제공하는 등 무질서한 배차를 하기 일쑤다.
26일 친목 회원 60여명과 함께 H교통 소속 관광버스1대를 빌어 경기도 가평을 다녀온 이창범씨(33·서울 원효로 2가 110)일행은 이 같은 무질서한 버스 운행으로 큰 피해를 본 대표적 케이스.
이씨 일행은 이날 자신을 태우고 간 관광버스가 하오 5시까지 가평으로 돌아와 서울로 다시 태우고 가도록 계약이 돼 있으나 제시간에 오지 않고 밤10시가 돼서야 모습을 나타내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야 귀가하는 곤혹을 치렀다고 했다.

<엉망인 서비스>
자기 소유의 차가 없이 다른 여행사의 관광버스를 끌어대 관광업을 하는 여행 알선 업체의 경우 승객들에 대한 서비스는 더욱 엉망.
26일 가족 등 동료16명과 함께 D관광의 모집 관광에 응해 남이섬을 다녀온 이종필씨(30·경기도 남양주군 별내면 퇴계원 208)는 출발 3일전인 지난 23일 회사측에 전화로 차편을 문의했더니 『상오 8시 출발하는 편과 9시 이후 11시까지는 30분 간격으로 배차를 하고 있다』고 했으나 예약을 하러 가자 상오9시와 11시 두 번의 차편밖에 없었다면서 무작정 고객을 끌기 위한 회사측의 처사를 나무랐다.
이씨는 또 출발 당일인 26일 상오8시에는 서울 청량리 출발 지점에 나가 보니 당초 예약한 D관광 소속차는 보이지 않고 엉뚱한 K관광버스가 기다리고 있었고 놀이를 끝내고 이날 하오4시 남이섬을 출발할 때는 또 다른 M관광 차편이 배정됐는데도 아무런 사전 안내도 없어 피서객들은 큰 혼란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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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회사들은 지난21일부터 성수기라는 이유 한가지만으로 요금을 일제히 45%씩 올려 받고 있다.
화진포까지의 경우 6천2백원에서 9천원으로 2천8백원이나 올랐으며, 만리포까지는 5천6백원에서 8천원씩 올려 받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26일까지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임해 훈련을 받고 왔다는 박준형군(19·국민대l년)은 D관광 소속 버스를 이용했는데 내려갈 때는 2천8백원씩 받더니 올라 올 때는 4천50원씩 45%나 올려 받았다며 『시설·서비스는 전혀 나아진 것 없이 성수기라는 이유로 요금만 올려 받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시설·정원>
요금만 올렸을 뿐 에어컨을 갖춘 차량은 극히 일부이고 더구나 일부 차량은 낡아 창문조차 열리지 않아 이용객들은 외부 차량이 뿜어내는 매연과 내부의 열기로 더욱 짜증스런 여행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정.
게다가 피서객들이 몰리자 대부분의 관광버스들은 조그만 간이 의자까지 동원, 멋대로 정원을 초과해 출발부터 짜증 피서를 연출시키고 있다.
26일 당일 코스로 산정 호수를 운행한 P관광의 경우 정원이 45명인데도 10여명을 더 태워 승객들은 통로에 낚시용 의자를 놓고 앉는 등 불편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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