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직한 황소」김철호|「젠슨」잡을 수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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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힘을 앞세운 우직한 황소 김철호가 날렵하고 간교한 흑 표범 「윌리·젠슨」을 제압할 것인가.
프로복싱 WBC슈퍼 플라이급 챔피언 김철호(20)는 29일 부산 구덕체육관에서 미국의 도전자「윌리·젠슨」(27·동급1위)을 맞아 롱런의 고비가 되는 지명 방어전을 벌인다.
지난 1월25일 적지 베네쉘라에 뛰어들어 챔피언 「오로노」를 KO로 누이고 타이틀을 뺐었던 김은 4월22일 일본의 도전자 「와따나베·지로」를 고전 끝에 판정으로 제압한 뒤 3개월만에 2차 방어전을 벌이게 된 것이다.
김철호와 「젠슨」의 대결은 힘과 테크닉의 대결로 압축되고 있다.
『그 동안 허리 놀림이 좋아져 연타는 물론 특히 복부 공격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새 트레이너로 훈련을 전담해 온 전세계 챔피언 홍수환씨(31)는 김철호의 기량이 크게 발전했다고 칭찬한다.
『작전이 따로 없어요. 「젠슨」은 펀치는 없으나 무척 빠른데다 스트레이트를 던지고 달아나거나 붙잡는 스타일이어서 거리를 두지 않고 계속 몰아붙일 작정입니다.』 김철호는 항상 도전자의 자세로 팬들에게 어필하는 복싱을 보여주겠다고 말한다.
그 동안 「젠슨」의 트레이닝을 지켜본 국내 전문가들은 『근래 한국에 온 외국 복서 중 최고의 기교파다. 왼손 스트레이트가 특히 빨라 김철호가 이를 어떻게 막느냐가 승부의 관건이다. 따라서 선제 타를 먼저 던지고 「젠슨」의 취약점인 턱좌 옆구리 공격으로 주도권을 뺏기지 말아야 한다』고 김철호에게 충고하고 있다.
『새 다리』라는 닉네임을 가진 「젠슨」은 고교 때인 17세 때부터 복싱을 시작한 10년 경력의 베테랑.
아마 전적 22승6패를 안고 지난 73년 프로로 데뷔했다.
75년에 현WBC 밴텀급 챔피언인 「루페·핀토르」(멕시코)와의 논타이틀 전에서 버팅을 당해 눈 위를 17바늘이나 꿰매는 큰 부상을 입고 7회 TKO패, 이제까지 29전 중 유일한 패배를 기록했다.
76년엔 박찬호에게 KO패한 「쿠티·에스파다스」(멕시코)와 10회 무승부를 기록했는데 이때 오른쪽 손뼈를 골절 당해 2년간 경기를 갖지 못하다 78년부터 링에 복귀, 지난해 챔피언 「라파엘·오로노」에게 도전했으나 무승부로 타이틀 탈취에 실패, 두 번째 세계 정상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젠슨」은 지난 2월 USBA(미국 권투 협회)플라이급 타이틀을 따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스티브」매니저는 『타이틀은 「젠슨」의 것이다. 다음 박찬호의 도전을 받아 주겠다』고 마구 지껄이고 있어 김철호 진영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한편 이번 대전은 l차 방어전 때와 같이 WBC룰에 의해 4심제를 채택, 「라이·솔리스」주심이 또 주심을 맡는다. 부심 3명은 「앨런·비넌」(미국) 「마이크·우아컵스」(영국)와 한국의 김효곤씨등이다.
공개 스파링은 27일 하오2시 부산 동아대 체육관에서 벌어지며 조인식 및 규칙 회의는 28일 하오5시 부산 반도 호텔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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