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추석은…"거저 조상들을 잘 받들어 모셔야 일이 잘 되지"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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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8일)은 우리민족 최대명절이다. 가배(嘉俳)ㆍ가배일(嘉俳日)ㆍ가위ㆍ한가위ㆍ중추(仲秋)ㆍ중추절(仲秋節)ㆍ중추가절(仲秋佳節)이라고도 한다. 가위나 한가위는 순수한 우리말이다. 가배는 가위를 이두식의 한자로 쓰는 말이다. 추석의 시원(始原)이나 유래에 대한 명확한 문헌 자료는 없다. 우리 문헌에는 12세기의 ‘삼국사기(三國史記)’에 추석에 대한 기록이 최초로 나타난다. 하지만 그 시원을 밝히는 내용은 아니다. 이 자료를 통해 추석이 신라 초기에 이미 자리 잡았고 신라시대 대표적인 명절이었음을 알 수 있다.

설날엔 떡국을 먹지만 추석엔 송편을 즐긴다. 명절식은 차례상에 올려 조상에게 제를 지내고 가족ㆍ친척ㆍ이웃이 나눠 먹는다. 추석에는 강강술래ㆍ줄다리기ㆍ가마싸움ㆍ소놀이ㆍ거북놀이ㆍ소싸움ㆍ닭싸움 같은 놀이를 한다. 그러면 북한의 추석은 어떨까?

지난해 9월18일 JTBC가 아시아프레스의 북한취재팀장 이시마루 지로 기자를 상대로 북한의 추석에 대해 보도했다. 이시마루 기자는 지난해까지 20년 간 900여명의 북한 주민을 취재해왔다.
이시마루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설날과 추석이 2대 명절이지만, 북한은 추석이 공식 명절이 아니다. 단순 민간 명절일 뿐이고, 국가적인 명절은 김일성ㆍ김정일 생일이다. 이때는 특별공급이라 해서 과자ㆍ술이 공급되지만 추석에는 특별공급도 없다. 하지만 풍습은 남아있다. 북한 주민들은 이날 모두 조상 묘를 찾아 성묘를 하고 제사를 지낸다.

북한에서 가족들이 모여앉아 흰쌀밥을 먹는 날은 설날과 추석 2번이다.
당시 JTBC가 북한 북부지역에 사는 주민과 전화하면서 추석에 대해 물어봤다. 다음은 대화내용이다.

Q. 추석에는 무엇을 합니까?
-추석날에 거저 조상들을 잘 받들어 모셔야 일이 잘 되지. 거저 열심히 있는 거 없는 거 다 팔아서 차려 가지고 다 올라가지비. 제사 준비를 장밤 해 갖고(밤을 새서) 산에 감매.

Q. 응. 또 집집마다 떡을 치고 이러겠구나.
- 아이고, 죽지 못해 사는 사람들이 어느마이 살아야 떡을 치겠소. 대수 거저 얼마 조상들한테 놉지(섭섭하지) 않을 정도로 차려가지고 감매.

(중략)

Q. 제사준비 하느라고?
- 야, 저녁에 나가보니까 과일 매대는 과일이 다 팔리구, 정말 사과라는 거는 온전한 거는 하나도 없고, 곱살한 거(못쓰는 것) 밖에 없읍대.

Q. 그럽디까?
- 야, 어떡하겠소. 추석하고 설날이 여기 사람들이 거저 이밥 먹는 날이 아니오. 글지 않으면 언제 입쌀알을 끼워볼 새 있겠소.

Q. 하하하 어쩌다 잘 먹는 날인데.
- 야, 추석하고 설날이 없으면 정말 웬만한 집에서 입쌀을 입에다 끼워볼 수 없소. 힘드오. 추석이란 기 별기 있소 고저.

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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