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류학자<83세> 정문기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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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일소사다」를 건강·장수의 비결로 꼽는 정문기옹(83·어류학자·학술원회원)은 나이를 믿지 못할 정도로 정정하다.
『욕심을 적게 하고(소욕), 많이 움직이고(다동), 땀 흘리는 일을 많이 하고(다설), 책과 사람을 많이 접하며(다접), 많이 잊는 것(다망)이 좋다』는 것이 그의 일소사다론의 내용이다.
요즘도 매일 오전·오후에 걸쳐 두번씩 산책을 겸한 외출을 하는데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산책거리는 4㎞정도로 스스로「레귤러·코스」라고 부르는 매우 이색적인 일과다.
서울 종로구 내수동110의11의 집을 나서서 가장 먼저 들르는 곳은 근처DP점. 어류관계 사진을 자주 맡기는 곳이다.
DP점에서 광화문쪽으로 빠져 서점에 들러 책을 구경한 뒤 단골구두점과 양복점을 거쳐 경복궁의 학술원에 들러 볼일을 본다. 경복궁 안에서 산책을 한 후 광화문·종로 일대의 미술전람회장·출판사를 둘러보고 단골 다방이나 제과점에서 친구들을 만난다.
오후에는 각 어시장에 들러 희귀한 고기가 들어왔는지를 조사한다.
l주일에 한번씩 골프장에 나가 4∼5시간씩 골프를 친다. 골프클럽인 7·6회(60∼70대의 모임)와 8·7회(70∼80대의모임)회장인데다 연령이 높기 때문에 회비가 없어 큰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골프를 즐길 수 있다.
젊었을 때는 럭비·육상·축구·야구선수 생활을 했다. 럭비를 특히 많이 해 40세 지나서까지 정규선수생활을 했다..
『땀을 흘릴 정도로 운동을 하고 운동 후에는 반드시 목욕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다시 흐르는 땀은 그대로 흘리는게 좋아. 그래야 몸 속의 노폐물이 다 빠지지-.』정옹의 운동 방법론이다.
해방 후에는 등산에 취미를 붙여 금강산을 14번 등반하는 등 전국의 유명산을 모두 섭렵했다. 물고기 채집을 위해 압록강·두만강·청천강까지 두루 다녔다.
아침식사로는 덩어리 밥에 물을 붓고 끓여 한 공기가 되도록 한 뒤 우유l컵과 설탕l숟가락을 넣어 먹는다. 독특한 식사지만 입맛이 당겨 그렇게 먹는다.
점심은 입맛대로 아무 것이나 외식을 하고 저녁에는 콩 등을 섞은 잡곡밥 두 공기와 바지락을 넣은 냉이국 젓갈 등을 든다. 밤10시30분쯤 잠자리에 들어 새벽5시30분에 일어난다. 잠은 잘자는 편이다.『뭣이든지 외길로 보내야 좋지. 나이가 들면 지나치지 않게 적당히 움직여야 해.』 물고기와 더불어 외길 평생을 보낸 노학자의 인생관이자 건강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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