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운전하는 자동차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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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달려라, 참깨!」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에 등장하는「열려라 참깨!」식 주문만으로 저절로 움직이는 자동차가 개발됐다.
프랑스 국영자동차 회사인 르노사가 지체부자유자들을 위해 만든 이 요술(?) 승용차는 음성판별컴퓨터를 이용한 것으로 운전자의 목소리 명령으로 운전이 가능하다.
음성감응식 자동조종장치는 이미 미 우주항공국(NASA)이 개발, 전투기조종에 응용하고 있어 아주 새로운 일은 아니나 자동차에 이같은 장치를 시도한 것은 처음.
르노사의 캉프공작창이 제작, 최근 서독의 뒤셀도르프 견본시에 내놓은 음성조종승용차는 이 회사제품 중 가장 소형인 르노-5에 지멘스의 음성판별컴퓨터를 부착한 것으로 운전자는 운전에 필요한 각종 기기를 조작하는 대신 말로「명령」만 내리면 된다.
컴퓨터는 운전자의 음성을 분해, 명령 내용을 판독한 다음 기억 장치 속의 기역에 따라 자동차를 작동한다.
명령의 정확한 전달을 위해 운전자는 같은 내용의 명령을 10회쯤 되풀이해야하며 컴퓨터는 이를 종합, 목소리의 음색이나 강·약의 평균치로 명령내용을 실수 없이 판단한다.
운전자의 말에 따라 자동차의 시동은 물론 문의 여닫이, 앞창의 와이퍼, 깜빡이 등, 헤드라이트, 서리 제거, 환기, 라디오, 경적, 창문여닫이 등이 자동 조작된다.
다만 제동장치, 방향전환, 속도의 가감은 운전자가 직접 발로 조작하게 돼 있다.
이 승용차의 장점이자 단점은 운전자가 바뀔 경우 자동조작이 안된다는 것.
컴퓨터의 기억장치는 본래 주인의 음성만을 기억하고 있어 다른 사람의 명령은 듣지 않게 돼 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이 운전할 때는 컴퓨터의 기억장치를 새로 갈아야 한다. 그러나 제작자 측은 이같은 불편이 오히려 자동차도난사고를 완벽하게 막아준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 차는 양팔이 없거나 팔의 기능이 정상적이 아닌 신체부자유자를 위해 고안된 셈으로 제작사는 주 시장으로 우선 서독을 겨냥하고 있다.
서독에는 자동차운전을 원하는 신체부자유자가 수천명에 이르고있으며 특히 서독은 신체부자유용자동차 구입비의 80%, 특수장치비용의 1백%를 국가가 부담토록 돼 있어 음성조종승용차의 판로로는 안성마춤이다.
르노사가 시험 제작한 이차의 제작비는 현재 컴퓨터비용 때문에 12만 프랑(약 l천5백60만원)이나 하지만 수요증가에 따라 자동조종에 필요한 소형컴퓨터를 대량생산할 경우 원가를 5분의1 정도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있다.
이 자동조종 승용차는 올 가을부터 상품화된다고. <파리=주원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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