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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인이 수문 열었다 안 닫아 바닷물 침수|간척지 18만평 농사 망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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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화성=허남진기자】바다를 막는 18년간의 공사 끝에 지난78년 농토로 만든 간척지가 수문 관리인 한사람의 작은 실수로 바닷물이 들어 금년농사는 물론 앞으로 3년간 경작을 못하게 됐다.

<농민들 "생계대책 세워달라">
경기도 화성군 매도면 청원3이151 김형현씨(34)의 3천평 등 일대 간척답 18만여평은 지난1월 이 마을 이장 겸 간척지 수문 관리인인 홍사원씨(40)가 수문을 열어놓고는 깜빡 잊고 닫지 않는 바람에 2개월쯤 바닷물에 잠겨있었다.
이 때문에 논엔 염분도가 높아져 모내기까지는 끝냈으나 현재 40∼50㎝는 자라있어야 할 벼가 겨우 10㎝쯤 밖에 자라지 못했고 그나마 뿌리가 시커멓게 썩고 잎이 뻘겋게 타면서 죽어가고 있다.
심한 곳은 이미 벼가 죽어 뽑아버린 곳도 있으며 논바닥엔 소금이 하얗게 말라붙어 있기도 했다.
마을농민들은 금년 농사는 물론 염분이 빠질 때까지 앞으로 3년간은 농사를 망치게 됐다며 당장 금년 가을부터의 생계유지에 걱정을 하고있다.
수문 관리인 홍씨는 저수지 때문에 집이 물에 잠긴다는 이웃마을 김모씨(63)의 요청에 따라 눈이 녹기 시작하는 지난 l월말쯤 안팎으로 된 배수갑문 중 내수문을 열어놨다가 몇 시간 후 다시 닫았는데 수문이 수동식이라 반쯤 밖에 닫히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홍씨는 매일 점검하지 못한 점에 대해 주민들 모두에게 너무 큰 죄를 지었다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현재 기계식으로 된 외수문은 고장이 나서 밀물 때면 바닷물이 으례 들어오게 돼있으며 10m쯤의 간격을 두고 만든 내수문은 수동식으로 사람이 일일이 12개의 문짝 하나 하나씩 들어올리게 돼있어 이번 홍씨의 실수가 아니더라도 바닷물 침수의 요인은 항상 도사리고 있었다.
간척사업과 함께 이곳에 정착한 마을사람들은 대부분 간척답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다.
마을사람들은 처음엔 홍씨의 책임을 따지며 욕설을 퍼붓기도 했지만 홍씨 역시 5명 가족의 가장으로 재산이라곤 함께 망쳐버린 논 9백평 뿐.
이제 주민들은 홍씨의 잘못만은 아니라는 것을 이해했지만 앞으로의 생계에 모두 한숨만을 쉬고있다.
한편 딱한 소식을 들은 군에선 현지조사를 실시하고 2천5백만원을 지원, 허술한 배수갑문 시설보완을 농민들에게 약속했다.
또 농민들의 생계유지에 대해서도 무상양곡 지급 등을 상부에 건의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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