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문인 해외여행|편협한 시야 넓히는 계기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사마천의 문장은 글 자체에서 얻어진 것이 아니다. 학자들이 매양 글만 가지고 문장을 구하면 종신토록 애써도 신기함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사마천이 소년시절에는 하루도 쥐는 일이 없이 여행을 하였다.
그의 여행은 경물을 구경하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차 천하의 대관을 보아 얻어 자신의 기를 조장하려는데 있었다. 강회의 파도를, 만학의 그 웅심을, 모든 전지의 회고를 바로 자기의 문장으로 옮겼는데 사기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사마천이 그 사기를 어떻게 낳았는가를 말하고 있듯이 문학인들에게 있어서 견문이라는 것은 한 개인의 행동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문학인 자신들이 그것을 통감한 나머지 바늘구멍만 한 기회라도 생기면 때로는 빈축을 무릅쓰면서까지 가난한 주머니를 아낌없이 털어서 울 밖의 문물을 익히려고 노력해왔었다.
그것을 앉아서 받아들이는 것과 돌아다니면서 흡수하는 것에는 선택의 기준, 반성과 재음미, 사려 깊은 관찰 등등 차이가 너무나 크다는 것을 문학인들 스스로가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필·벅」이나「헤밍웨이」등이 쓴 작품의 경우를 예로 들것도 없이 이웃나라 일본의 작가들만 하여도 작품구성을 위해 해외취재여행을 다반사로 알고, 요즈음은 한국에 관한 작품을 쓰기 위해 여러 달 째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일본인 작가도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있다.
독자로부터 얻어내는 문학작품의 1차적인 공감 도도 그 작품의 현장성에 있다고 이문구 윤흥길 김원일 등의 문학이 주는 감동의 모티브는 그 현장성이 첫 손가락에 꼽힌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 문학인들은 그 경제적 여건으로 하여 혹은 시대적인 여건으로 하여 해외여행이란 남의 밥상의 떡과 같아 감히 엄두를 못 내고 전전긍긍해 왔다.
기껏해야 이 좁은 국토의 산촌과 도시를 오가는 전문여행이 고작이었다. 그로 인하여 우리의 시와 소설은 이제 다큐멘터리의 현장성과 현재성에까지 도전을 받는 치욕에 이르렀다. 우리가 깊이 생각하고있는 민족문학이란 것이 주는 이미지는 독자성이지만 그 독자성이란 것도 비교와 반성이란 여과과정을 혹독하게 치러야만 폭넓은 공감대를 유지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모국을 결코 떠날 수 없는 사람은 편견에 차있다는 말은 매우 중요하고 우리 나라 대다수 문학인들의 정곡을 찌르는 듯한 말이다. 문학에 있어 편견이란 한마디로 표현해서 독이다. 문학인의 편견은 한나라 문화를 침몰시키는 역할로서는 충분하다. 그 편견을 타파하고 이겨내는 것으로 많은 견문을 가지는 것이 1차적인 방법이다.
우리의 사고는 눈으로 본 것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지 난데없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체는 문학인 스스로가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세인들에 의해서 가난의 대명사처럼 일컬어지는 문학인들의 생활이 그것을 허락하지 못한다.
정부의 뒷받침에 힘입어서나마 그것이 이루어졌다는 것만이라도 다행하고 기쁜 일이다.
그러나 해외여행에서 얻어지는 견문이 당장 작품의 소재나 동기로 나타나야하며 또는 정책적인 면으로 표출되어야한다는 보수적인 안목에서보다는 문학인 자신들이 갖고 있는 인간적인 테마에 보다 깊은 사고능력을 확신시켜주고, 그들이 포용하고 있는 문학세계에 대한 보편성을 부여한다는 의미에서 문학인의 해외여행을 주선하고 바라보고, 기대되는 성과로 간주되어야할 것이다.
세금과 진배없는 기금으로 여행을 한다는 부담감이 없지 않다. 이것이 문학인들에게 정신적인 위축감을 안겨줄 것은 물론 죄송스런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당장 무엇을 사러 가는 것도 아니요, 무엇을 팔러 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점에 크나큰 의미부여가 되어야한다. 문학활동이 우리들에게 있어 오늘아침 당장 입으로 들어가는 한술의 밥덩이임을 거부하고있는 것은 그 밥덩이를 소화시키는 소화기관이었음을 자처하기 때문이다.
이로써 우리는 우리의 문학에 편견과 옹졸과 소재의 한계성을 몰아내는 동기를 얻게됨으로써 우리의 민족문학에 매를 씻어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어야한다.
한 곳이라도 더,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보고 듣고 돌아옴으로써 우리 문학이 세계문학으로 확산될 저력을 얻게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