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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화운동의 「현실화」모색|폴란드공산당 비상전당대회 무엇을 논의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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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오늘부터 열리는 폴란드공산당(통일노동자당)제9차 전당대회는 두가지 큰 뜻을 갖는다. 그하나는 지난1년동안 벌어진 폴란드사태가 이모임에서 중간마무리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서리라는 점이며, 또하나는 이것이 공산권 역사에 처음있는 「민주적」 당대회라는 사실이다.

<배경>이번대회는 임시전당대회다. 5년에 한번씩 당대회를 갖는 폴란드공산당은 지난해2월 제8차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8차대회가 끝난지 반년도안돼 터진 파업사태로 사정은 달라졌다.
지난해 7월1일 정부의 고기값인상으로 불붙은 폴란드사태는 노동운동과 자유화개혁운동으로 발전, 공산주의국가에서의 첫 자유노조인「솔리다르노스크」(80·8·31) 와 자영농민노조 (81·4·17)를 낳고, 10년을 버텨온 「기에레크」정권을 무너뜨리면서 사회전체를 뒤GMS드는 「오드노바」(개혁·재생)의 바람을 일으켰다.
체체의 기둥인 공산당도 이 바람은 피할수 없었다. 지난 4월15일, 드루니에서 모인 전국의 일반당원 대표들이 당의 민주화·수평화를 요구한후 당내개혁은 생각보다도 빨리 진행됐다.당중앙위는 4월말 열린 제19차총회에서▲당대회에 참석할 대의원은 물론 제1서기를 비롯한 모든 당직자를 민주선거로 뽑고▲지방당조직을 자율화하고 당·정부기능을 분리하며▲노동자·농민등 하급당권의 정책결정참여를 높인다는등 한묶음의 개혁조치를 약속하고 우선 정치국원수를 9명에서 11명으로, 당대회대의원수도 1천9백64명으로 늘렸다.
또 이런 흐름에 맞춰 당의 이데올로기와 구조를 재정비하기위한 임시당대회의 개최도 확정했다.
이같은 방침은 소련식 공산주의체제의 기본원리인「민주적 중앙집권주의」와는 거리가 먼것이다.
소련의 침공위협과 당내 보수강경파의 거센 반발속에서 이만한개혁의지가 보여질수 있은 것은「카니아」 제l서기관 「야루젤스키」수상이 이끄는 당내 온건중도세력이 국민의 뜻과 힘을 대변하는 자유노조와 이룬 묘한 협조관계 덕분이었다.
「바웬사」가 이끄는 노동자들은 지난3월말이후 스스로 지나친 요구나 행동을 삼감으로써 「카니아」에 협력했다. 소련의 침공위협이 상존하는 현재로서는 그가 최선의 지도자라는 판단에서였다.
게다가 지난6월초 소련이 보낸 경고서한등 일련의「카니아」제거공작은 국민사이에서의 그의인기를 더욱 높이는 역효과를 낳았다.
이같은 협력구조아래서 폴란드의 개혁운동은 보다 유연한 윤곽과 현실적인 색깔을 띠게됐다.

<중도노선대두>지난5월초부터 6월말까지 전국당조직에서복수후보·비밀투표로 뽑은 전당대회 대의원들의 성분을 봐도 그렇다.
이 선거에선▲당원들의 개혁의지는 뚜렷이 표시했으나▲급진개혁파는 극단적 보수파와 함께 소수세력으로 그쳤으며▲중도온건세력이 주류를 이루면서「카니아」의 위치가 더욱 굳어졌다.
1천9백64명의 대의원중 93%가 당대회에 처음 나가며 나이도 평균 40세정도다. 그전같으면 거의 전부가 무난히 당선됐을 중앙위원들은 70%나 탈락했다. 대의원과 동시에 뽑은 지방당서기 49명중 지난해2월 당대회때 현직에있던 사람은 고작 3명뿐이었다.
그러나 정작 개혁운동에 앞장섰던 산업노동자층의 진출은 신통치 앉아 21% (4백12명)에 머물렀다. 반면 화이트칼러 계층은 65%나돼 온건·중도파의 주류를이루고 있다. 그런가하면 개혁요구에도 불구하고 당최고 지도부인 정치국원 11명중 탈탁자는 2명에 그쳤다.
특히 개혁파의 지탄을 받아온 몇몇 강경파 거두들도 고전은 치렀지만 모두 당선됐다. 이것은 최소한의 당내균형을 이뤄 소련을자극하지 앉으려는 「카니아」 의 노력덕분이었다.
한편으론 지난6월초의 소련경고서한은 개혁운동의 진정제 작용을 합으로써 「카니아」 를 도왔다.
경고서한이 온후 열린 지방당대회들에선 변혁의 요구보다는 지도층 중심으로 뭉쳐야한다는 소리가 높아졌다. 맹렬하던 수평화운동도 한풀 꺾였다.
물론 이것이 곧 개혁의지의 퇴색을 뜻하는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일단 자유화에 대한 국민적합의가 이뤄지고 외부의 위협이계속될때 오는 급진주의의 자연적 쇠퇴로 보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대회의 과제와 전망>이번당대회가 할 일은 ▲변화에 맞춘 당강령의 개정 ▲그동안 이뤄진 각종 사회개혁의 승인▲정치·경제위기의 해결을 위한장단기 계획의 인준▲새지도층 (중앙위와 정치국원) 의 선출등이다.
제1서기도 대의원의 직접선거로 뽑게될것이라는 얘기가 나왔으나 아직 확실치는 않다.
어떤 방식으로하든 「카니아」는무난히 제1서기로 다시 뽑힐것이며 정치국에도 큰 폭의 변화는 없을 것같다.
아마도 가장 큰변화는 중앙위원회가 겪을 것이다. 중앙위원 1백40명중 4분의3이상이 바뀌어 진보세력이 결정적으로 득세하리라는게 관측통들의 견해다.
폴란드의 앞날은 이 중앙위에서 급진·중도·보수세력이 어떻게 균형을 이루느냐에 크게 영향받을것으로 보인다.
이번 당대회의 과제중 무엇보다도 중요한것은 경제개혁정책의성립이다. 외상 2백70억달러,공업생산증가율은 마이너스, 주요 식품의 배급제까지 실시하는등 2차대전이후 최악의 경제난은 폴란드개혁의 동인으로도 작용했으나 이제와서는 가장 큰 장애물이됐다. 「야루겔스키」의 행정부가내놓을 단기및 장기개혁안은 사회주의 경제체체와는 거리가 먼것이다.
폴란드는 당초에도 소련식 경제모델을 그대로 본뜨지는 않았으나 이번 대회는 중앙정부의 경제통제를 크게 풀고 노동자들에게 폭넓은 자체관리권을 주는등 아예 경제기본구조를 바꾸려하고있다.

<소련의 입장>폴란드의 개혁을 기정사실로만 만들 당대회개최를 반대해오던 소련은 7월초 「그로미코」외상을 폴란드로 보내면서「일단 관망」의 자세로 돌았다. 7월5일 발표된 양국공동성명이『폴란드는 계속 사회주의사회의 일원으로 남아있을것』이라고못박아 「브레즈네프·독트린」을 거듭암시하면서도『폴란드지도층은「그로미코」외상에게 당대회의 준비진행을 통보했다』고 밝힌 것은 당대회개최를 일단 허용하고 귀추를 보겠다는 의사를 넌지시 알린것이었다.
또 성명에서 두나라의 공통점, 협력관계만 강조하고 폴란드사태나 개혁에 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것은 지금까지 이뤄진범위의 변혁은 소련도 받아들일의사를 드러낸 것이라고 폴란드쪽에선 보고있다.
물론 이것은 소련의 본심과는관계없는 외교적 겉치레일수도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현재의 국제상황에서 군사개입이 불러올 불이익을 잘아는 소련이 폴란드에 어느정도 발뻗을 자리를 내준것으로 보는 편이 더 타당할것같다.
특 소련과 동구의 전략적 이해만 건드리지 않는다면 웬만한 내정변화는 용인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방침은 최근 소련언론들이 조금씩 암시해왔듯 이들은 뉴스보도와 해설에서 서방측의 대소침공로에 놓여있으며 소련본국과동독주둔 소군간의 통신·수송로가 되는 폴란드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강조하고있다.
소련의 의도를 확실히 알수는없지만 이같은 「해결공식」은 소련지도자들에겐 현실적으로최선칙일수밖에 없다. 즉 침공의 카드는 항상 갖고 있으면서 일단 당대회를 지켜봄으로써 개혁을 전제하고 친소 강경파들의 반격을밀어주자는 것이다. 「카니아」가당대회 준비과정에서 정적들을 드우면서까지 당내균형을 유지하려한것은 이같은 소련의 계산을 짚고 선수를 친것으로도 볼수 있는 것이다.<정춘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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