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흥 유지 「법원 선임 사장」 자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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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9일 상오 5시쯤 서울 합정동 399의4 채규환씨(56·삼흥유지 사장)가 자기집 건넌방에서 극약을 먹고 숨져있는 것을 부인 성욱자씨(57)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부인 성씨에 따르면 채씨는 8일 회사에 출근하지 않은 채 하루종일 집에서 지내면서 "수표가 부도가나 경찰이 올텐데…. 차라리 한강에 빠져 죽어버리겠다"며 회사 일로 고민하다 밤11시30분쯤 건넌방에서 혼자 잠자리에 들었다는 것.
채씨는 ▲종업원 노임 체불에 대한 책임 ▲수표 부도에 대한 책임 등 회사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는 내용의 낙서를 신문지에 만년필 글씨로 적어 놓았다.
채씨는 지난해 7월 제일은행 본점 관리부장으로 있다가 퇴직한 후 1년 동안 집에서 지내다 지난 1일자로 법정관리 업체인 삼흥 유지 사장에 선임됐었다.
채씨는 부임 후 업무를 파악한 결과 회사가 안고있는 부채가 10억여원이 넘고 종업원들의 노임이 밀려있는 데다 최근 회사가 발행한 수표가 부도가 나기 시작하자 고민해 왔다.
부인 성씨는 채씨가 내성적인 성격에 평소 말이 없어 회사 사정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는데 8일 집에 머무르면서 자신에게 고민을 털어놓아 비로소 사실을 알았으나 자살할 줄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경찰은 채씨가 숨진 건넌방에서 먹다 남은 극약과 정원에 버려진 극약 병을 발견하고 채씨가 회사 채무관계로 고민하다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흥 유지는 63년에 설립된 세탁비누·화공약품 원료 제조회사로 77년 12월31일부터 법정관리 상태에 있다. 지난해 총 매출액은 47억원이며 현재 종업원은 모두 1백60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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