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교육 현장…여고생 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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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서울 신광여고 야간부 학생들이 학교에 불을 지르려한 사건은 바로 교육 현장에서 교육 부재현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이 보도에 접한 독자들은 어안이 벙벙해지며 깊은 개탄에 젖었을 것이다.
학교나 경찰 등 관계기관의 자세한 진상조사가 나오면 어느 정도 사건의 근인과 원인이 밝혀지겠지만 먼저 학교가 학생과 학교사이의 감정의 대립 장으로 변한 듯한 인상을 던져주고 있다.
이해와 존경으로 엮어져야 할 학생과 학교 관계가 "너는 가해자, 나는 피해자"라는 식의 저차원적 사고방식 속에서 서로가 피해 의식에 물들어 「극단적인 항의와 처벌 일변도」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도 선생이 소지품 검사에서 화장품 등이 나오자 학생을 크게 꾸짖었고 일부 학생들이 이에 반발해 무단 조퇴해 버렸다.
학교측은 이에 따라 학부모들을 불러 자퇴 경고를 했고 자신들이 곧 퇴학당하리라는 「소문」을 들은 학생들은 "그만두는 차에 불이라도 지르겠다"는 끔찍한 「복수」를 계획한 것이다.
사고→처벌, 처벌→사고의 악순환이 되풀이된 셈이다.
결국 발단은 그리 대수롭지 않은 것이다. 다만 이를 풀어나가는 학교와 학생들의 자세가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는 점이다.
서로간의 감정을 조금 누그러뜨리고 이해와 대화로 이를 풀어나가려 했다면 그 같은 충격적인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최근 일부 학교에서 야간부 학생들이 학교측의 차별대우를 항의하는 움직임이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주위의 동조를 얻지 못할 때 극단적인 항의 방식을 취하는 경향이 심하다.
지난달 4일 서울 D여고 야간부 학생 8백 여명은 학교측의 차별대우에 항의, 3시간 동안 농성을 벌였고 학교의 유리창을 부수기도 했다.
또 10일에는 서울 Y공고학생 40여명이 같은 이유로 집단적으로 수업을 거부, 학교 밖으로 뛰쳐나가 시청 앞에서 농성을 벌이려 했던 사건도 있었다.
물론 이 학생들의 주장이 모두 설득력이 있는 것도 아니며 극단적인 항의 방식은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야간부 학생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 교육을 받고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교육계는 물론, 사회 전체가 좀더 그들에게 온정의 시선을 돌려 그들이 요구하는바가 무엇인가를 정확히 파악해 성실한 자세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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