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경"에 이른 영화계|올 상반기를 결산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영화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화관을 찾는 관객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전국 극장 연합회가 조사한 각종 집계를 보면 관객의 숫자가 얼마나 줄어들고 있는지 뚜렷이 알 수가 있다. 관객이 없으니 영화관 운영도 힘들게 됐고 운영이 힘드니 문을 닫는 극장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극장 연합회가 조사한 수치로 상반기 영화계를 결산해본다.
올 1월부터 4월말까지 전국에서 영화관을 찾은 사람은 모두 1천4백76만7천7백1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1천8백45만4백70명이 극장을 찾았으니 결국 이 기간동안 3백27만7천7백69명의 관객이 줄어든 셈이다. 비율로는 약22%가 감소됐다.
이를 서울만 따져보면 1월부터 4월까지 극장을 찾은 관객이 7백35만3천1백41명이고, 지난해 같은 기간엔 9백40만3천6백87명으로 역시 27.8% 2백5만5백46명이 줄어들었다.
여기에다가 올해 말까지의 감소율을 감안하면 올해 전체의 관객 감소율은 지난해에 비해 거의 30%나 될 것 같다는 것이 영화관계자들의 전망이다.
관객이 줄어든 것은 극장운영에도 큰 영향을 미쳐 개봉관과 재 개봉관을 제외한 3류 이하의 극장은 차차 사라져 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연말까지 전국의 극장은 4백47개였던 것이 올 5월말 현재로 15개가 문을 닫아 지금은 4백32개만 남아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서도 현재 휴관중인 것이 23개나 되어 실제로 필름을 돌리고 있는 곳은 4백9개 극장뿐이다.
휴관중인 23개 극장도 곧 폐관할 예정이라 극장 운영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말해주고 있다.
서울은 80년 말 84개이던 것이 6월말 현재 4개가 줄어 80개 극장만이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6월말 현재로 개봉된 영화는 국산영화가 37편, 외화가 12편이다.
이 가운데 관객 동원 순위를 보면 국산영화와 경우 1위가 『저 높은 곳을 향하여』의 20만1천4백21명, 2위가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의 11만2천2백41명, 3위가 『그 사랑 한이 되어』의 7만1천2백9명, 4위가 『반금련』의 6만6천8백28명의 순이다. 그러나 『저 높은 곳…』은 교인들의 단체 동원이 있었던 터라 이 숫자를 모두 순수한 관객이라고는 볼 수가 없다.
외화는 『007 문레이커』가 38만7천7백90명으로 1위, 다음이 『나일 살인사건』의 19만4천9백71명, 『남북취권』의 16만5천5백6명의 순이다.
그러나 위에든 영화 외에 대부분의 영화가 한산한 흥행을 면치 못했는데 수준 작품으로 평가받았던 윤흥길 원작의 『장마』 (유현목 감독)가 9일 상영에 겨우 3천2백85명의 관객만을 동원, 최저 관객 동원의 기록을 남겼다. 『장마』는 79년도 작품으로 그 해 대종상에서 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이었다.
결국 영화산업은 이제 영화인의 손으로는 어쩔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제는 당국의 정책이 문제로, 소재의 자유, 검열의 완화, 소극장 개관이 가능한 공연법 개정 등이 한 방법이 될 것으로 영화인들은 말한다. 극장의 경우만 봐도 인구 5백여 만 명인 홍콩의 극장이 2백여 개인데 비해 서울의 80개는 훨씬 뒤떨어지는 수준.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 물론 가장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좋은 영화에 관객이 쉽게 몰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주장들이다. <김준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