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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공당 기능 다소약화|「6중 전회」결과가 뜻하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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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공당 대회 (6중 전회)는 실권파의 의중을 좇아 지도층을 개편하는 대신 옹모파의 뜻을 살려 모택동의 평가를 긍정적으로 처리하는 선에서 양자의 타협이 이루어졌다.
지난 15일부터 열린 예비 회의가 열흘 이상이나 끌었던 것은 이번 회의가 그와 같은 타협을 마무리짓기까지에는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지도층의 개편 사실만으로 보면 이번 회의는 등소평 계열의 실용주의 집단이 완전한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되지만 그 배경에는 등파가 전술적 후퇴를 했다는 점을 간과할수 없는 것 같다.
실권파는 신문공보의 지적처럼 지난해 8월부터 화국봉이 개인 숭배사상을 조장했으며, 『실천이 진리를 검증하는 유일한 기준』이라는 실권파의 운동을 토의조차 봉쇄하려고 했다는 빌미를 잡아 좌파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맹공격해왔다.
중공의 현대화를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해서 모택동의 신화를 타파하고 집단 지도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선행조건이라고 믿었던 실권파에는 화의 그같은 좌익 성향은 장애물일 수밖에 없었다.
실권파는 우선 경제정책의 실정을 물어 화의 수상직을 벗겨내고 이어서 4인방 재판을 통해 화가 스스로 사직 의사를 발표하도록 교묘한 전술을 써 왔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화의 완전 제거가 아닌 강등은 등소평식 숙청으로 풀이된다.
4인방 재판은 모를 격하하고 동시에 화의 주석 취임에 대한 정통성에 의문을 제기 했었다. 모가 죽고나서 실용주의 정책의 집합이라는 실천을 통해서 보니까 모 사상은 진리가 될 수 없더라는 논리가 확산되었다. 모의 과오가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모 사상을 옹호하는 화검영(당 부주석)·허세우(당 군사위상무위원·정치국원)·이덕생 (심양군구 사령관·정치국원)등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쳐 실권파는 지난 연말에 열기로 예정된 이회의의 개최를 6개월 이상이나 지연 시켰고 마지막 순간까지 이견의 조정에 부심하지 않을수 없었던 것 같다.
따라서 양 파는 화의 강등및 호요방의 주석 승진등 실권파의 인사 개편안과, 과오보다는 공적이 많다는 모택동 평가방안을 서로 맞바꾼 셈이고 이것은 실권파로 보면 고령의 엽이나 허가 자연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계산을 가지고 시간 벌기로 전술을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또 창당 60주년을 맞아 당의 역사라 할수있는 모를 원래의 의도대로 깎아 내리는 것만이 능사가 될수 없다는 실권파의 인식도 이 같은 결정에는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수상 조자양의 당 부주석 승진은 예상된 관례이며 호의 후임에 습중훈 전광동성장이 승진한 것, 별로 의외가 아니다. 습은 등처럼 행정 능력이나 작풍이 유능하고 실제적이며 부수상과 당 선전부장등 요직을 이미 거쳤고 등의 신뢰받는 동지다.
신문공보는 등이 군의 최고통수권을 행사하는 당 군사위 주석에 선출되었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첫째, 헌법규정을 위배(당주석의 당연 겸임직임)한 것이며 둘째, 따라서 앞으로 열릴 전국 인민 대표 대회를 통해 개정될 헌법에서 국가 주석직을 부활하여 국가 주석이 군의 최고통수권자가 될 것이고 아울러 등이 국가 주석에 내정되었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하는 편법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
또 신문공보는 정치국원과 중앙위원의 선출이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 회의에 투표권 없이 참석한 53명이 앞으로 열릴 당 대회에서 정치국원 또는 중앙위원에 새로 선출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며 총서기 습의 정치국 상무위원 선출은 분명할 것 같다.
중공창당 60주년을 이틀 앞두고 발표된 이 같은 결점은 『모와 그 동지들의 사상의 결정체』 (중공건국30주년 총괄보고)인 모택동 사상을 앞으로도 계속 표본으로 삼지만 과거의 1인 전제 방식과는 달리 통치구조의 다원화를 통해 연안시대의 민주적 합의 방식을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중공은 앞으로 통치구조에서 상당한 체질 개선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당은 중공의 지도이념과 방향을 설정하는 선에서 그 기능을 약화하게될 것이며 정부는 정책의 집행에 당의 일상적 간섭을 받지 않고 책임 정치의 구현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또 새로운 헌법을 통해 기능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는 정부시책의 견제기능을 한층 발휘할 것이다.
이 같은 통치 구조의 개편은 자연적 수명이 얼마남지 않은 혁명 원로 세대의 퇴진을 예상하고 국가의 기본틀을 「견제와 균형」의 선에서 마무리지어 그 둘의 사후에 일어날지도 모를 권력 투쟁의 혼란을 예방하려는 조치로 분석되고 있다.
또 지도층의 개편은 중공이 한층더 실제의 정황에 맞는 정책을 집행할 것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당과 정부의 책임자인 호나 조는 다같이 인민의 생활개선이 시급하다고 보는 실무자형 지도자이며 허황한 계획을 추구하기보다 한발짝 한발짝 착실하게 경제건설을 추진하는 지도자들이다.
중공도 창당 60주년, 건국 32주년을 맞는 시점에 와서야 혁명의 시대에서 통치의 시대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관측통들이 중공에도 소비자시대가 이미 시작 됐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이수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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