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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를 시험받는 미테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미테랑」 프랑스대통령이 4명의 공산당각료를 입각시킨대 대한 자유세계의 우려가 적지 않다. 최근 엘리제궁을 방문했던 「부시」미부통령은 대문을 나서면서 「미테랑」대통령의 선택은『미국의 우려를 야기할 것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외교적 수사를 제쳐놓은 솔직한 직언이었다.
미국무성도 공식입장을 서슴없이 밝히며 미국과 프랑스 정부의 관계에 『영향을 받게될 것』이라고 했다. 국무성 관리들은 한발 더 앞서 『서방군사기밀을 과연 유지할수 있을지 우려한다』고 말하고있다.
「미테랑」정부는 이런 반응들에 대해 『프랑스의 정치는 프랑스 국내문제』라고 의연하게 응수했다. 그러면서도 프랑스는 『서방동맹의 충실한 일원』임을 잊지 않고 강조했다.
과반수 의석보다 40여석을 더 얻은 「미테랑」이 왜 소수당으로 전락한 공산당을 굳이 입각시켰는지 아직 그 의중은 충분히 해명되지 않았다. 요즘들어 사회당과 공산당은 대내외 정책 특히 공산당의 대소경사를 둘러싸고 좌파 통일전선에 심각한 균열상을 보인 점을 상기하면 더욱 의문이 간다.
우선 이번 의회선거에서 공산당이 보여준 대사회당협력에 대한 보답으로 생각할수 있다. 또 혹자는 사회당이 추진할 각종 개혁에 공산당이 이끄는 노동총동맹(CGT)의 협조를 얻기 위해서라고 분석한다.
결국 「미테랑」은 자신이 추구하는 엄격한 개혁에 극좌파의 「얌전한 동의」를 얻으려는 고차원적 포용력을 발휘한 것이라고 볼수 있다. 「셰이송」외상의 말에서도 이런 시사를 엿들을수 있었다. 절대다수를 차지한 사회당 정부에 공산당이 들어오건 나가건 그건 별차이 없다는 것이다.
공산당은 미테랑 정부에 입각하는 대신 대소경사노선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됐다. 사회당과 공산당의 「협정」에서 소련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촉구했고 폴란드인의 자결원칙을 존중하기로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세계가 의심을 버리지 않고 있는 것은 미테랑 주변의 인물들에서 풍기는 「붉은 장미」의 짙은 냄새들 때문이다. 좌익세력의 교조적 존재들, 또 한때 「체·게바라」와 함께 볼리비아의 게릴라전에도 참가했던 극좌그룹의 일원들이 바로 그런 면면들이다.
물론 이젠 「교조」나 「극좌」와 손을 끊었다고는 하지만 의심의 여지는 있을수도 있다.
이렇게 볼때 나토 (NATO)의 기밀이 누설될 우려가 있다는 미국의 경고에는 일리가 있다. 미국 보도기관의 『국방기밀을 토의할 때는 공산당각료를 참석시키지 않기로 「미테랑」이 약속했다』는 성급한 낙관적 보도는 프랑스정부에 의해 간단히 부인됐다. 미국의 「과민」과 프랑스의「명석」이 빚은 촌극이다.
이 문제에 관한한 프랑스가 지금까지 약속한 것은 『프랑스는 성실하고 충직한 미국의 우방』이라고 「미테랑」이 「부시」에게 한 말뿐이다.
지금까지 프랑스외교가 미국에 충직했다고는 말할수 없다. 더군다나 사회당의 「미테랑」으로선 그렇게 할수가 없다.
결국 프랑스 공산당의 입각은 자유세계 외교의 짐이될수 밖에 없다.
이 짐을 가볍게 하려면 미국이 군사기밀을 선별적으로 제공하는 방법도 있다. 프랑스는 나토의 군사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방법이다.
그러나 이런 궁색한 방법보다는 프랑스인의 양식을 믿는것이 떳떳할지 모른다. 자유세계의 일원으로 국제적 신의를 잃지 않는 일은 프랑스의 책무이기도 하다.
이런 책무를 다하지 못할 때 프랑스는 자유세계의 일원이 될 자격을 잃어버리는 것이며 「미테랑」의 통치능력도 한계를 보이는 것이다.
「미테랑」은 우선 그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도 자유세계 지도자의 한사람으로 성실하고 신뢰할수 있는 정치인의 면모를 보여 주어야할 것이다. 우리는 그점에서 성급한 우려보다는 기대와 신뢰를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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