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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명쓴 어린이로 어두워진 교사상-동심에 비친 두려운 세계 언제 밝아질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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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똑같은 사건이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충격의 여파가 틀리게 마련이다.
2∼3일 전부터 신문 사회면의 일각을 장식하고 있는「국민학교 교사와 경찰의 어린이 가혹행위」만 해도 그렇다.
운동회를 참관하러 남편의 학교에 들른 한교사 부인이 결혼패물 등이 들어있는 핸드백을 잃어버린 후 남편 담임 반 학생 한명에게 누명을 씌워 자백을 강요하다 경찰에까지 넘겼다는 어처구니없는 전말에 어느 누구 놀라지 않은 사람이 없겠지만 한때 교사를 지망하여 사범대학을 졸업한 나에게는 이 사건이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어린 학생에게 심한 체험을 가했다는데 대한 분노, 또는 아직도 학생이나 혐의자에게는 체험을 가해도 좋다는 식의 그릇된 사회풍조도 안타깝고 씁쓸한 일이다.
학생과 교사뿐 아니라 인근주민들 에게까지 몰려든 혼잡한 운동경기장에서 자신의 가방하나 간수하지 못했던 불찰은 접어두고 물에 빠진 사람이 건져준 사람에게 보따리 내놓으란 격이 된 교사부부의 횡포도 순간적인 실수로 보기엔 어려운 점이 많다.
그러나 무엇보다 안타까운 일은 교직이란 성역이「사명감 있는 스승」이 아닌 샐러리맨들에 의해 점차 잠식당하고 있는 듯 한 현실이다.
아니 박봉과 격무에 시달리는 오늘의 교사에게「교사란 원래 그런 것이니 감수해라」또는「어려운 중에도 사명감이 요구되는 직업이 교직이 아니겠느냐」식의 태도 자체가 문제일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번 사건은 해당교사의 사표제출과 경찰관의 징계조치로 표면적인 마무리는 지어졌다.
그러나 어린 학생의 마음에 남겨진 어두운 교사상은 누가 책임질 수 있을 것인가. 그 어린 학생의 마음속에 맺힌「두려운 세계」는 언제나 밝아질 수 있을 것인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 한번 우리 나라 교육 현실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자라나는 어린이들을 올바르게 가르쳐야할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소정의 교육기간을 거쳐야 한다는 당연 논리는 어느새 대학진학 당시의 점수와 대학 졸업 당시의 진로결정에 있어서「선생이라도」해야겠다는 궁여지책으로 변모했고 따라서 교사의 사명감을 논하기에는 너무나 거리가 먼 것이 오늘의 현실인 것 같다.
설사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 하더라도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이 공개됨으로써 신문·방송을 접하는 수많은 어린이들에게 심어진 부정적인 교사상은 또 어느 훌륭하신(?) 선생님이 바로잡아줄 수 있을 것인가.
비단 이 사전에만 그치는 일은 아니겠지만 표면적인 사건의 이면에 깔린 우리사회의 병폐 적인 의식구조들은 언제나 개선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할 때 항상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나만의 우려만은 아닐 것이다. <경기도 시흥군 소하읍 광명아파트 15동504호> 【송은주,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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