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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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의 아틀랜타시에서 열린 제26회 국제기능올림픽에서 한국은 또다시 우승, 대회사상 처음으로 4속패의 기록을 세웠다.
신생공업국의 대열에 끼어든 우리나라가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제경쟁에서 우위를 지킬수 있는 길은 오직 끊임없는 품질관리와 기술혁신밖에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고있는 때에 「기능한국」의 실력을, 그것도 연거푸 네번이나 세계에 떨쳤다는 것은 기억할만한 쾌거임에 틀림없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33개의 경기직종가운데 31개의 직종에 참가, 15개분야에서 금메달을 차지하고 6개의 은메달과 3개의 동메달을 따냈다. 2위인 일본이 금메달 5개, 3위인 서독이 금메달 4개에 그친것과견주어 볼때 우리기능인의 실력이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알수있다.
우승종목이 다양하고, 특히 프레스 공구제작, 정밀기기제작, 선반등 중공업분야에서 선진국선수들을 제치고 많은 금메달을 따낸것은 공업한국의 밝은 내일을 약속한다는 점에서 한결 뜻깊은 일이다.
한국말고 이대회를 3연패한 나라는 서독과 일본뿐이다. 서독은 1백억달러의 수출을 달성한 50년대후반에, 그리고 일본은 수출1백억달러를 달성한 60년대말에 기능올림픽을 석권했다.
우리나라 역시 수출1백억달러를 이룩한 7O년대 후반에 세계제패의 꿈을 이룩했는데, 이런 결과가 결코 우연의 일치 같지가 않다.
한국민의 우수성이 증명된 이상이를 바탕해서 앞으로 꾸준히 기술을 혁신하고 모든 제품의 품질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면 우리의 기능수준이 서독이나 일본을 따라잡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울 보여주었다는 데서 우리는 민족적 자긍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더우기 이번대회는 우리교민이 많이 살고 무역 운도 많은 미국에서 열린 것이라 한층 인상적이다. 이번대회개최를 계기로 지금까지와는 달리 적극적인 참여자세를 보인 미국에서 우리 기능의 우수성을 떨친것은 한국상품에대한 이미지를 개선, 수출신장에도 큰도움을줄 것이다.
한국의 4연패를 저지하기 위해 기술선진국인 일본·서독·스위스등이 맹훈련을 쌍았으나 그 성과는 훨씬 미치지 못했다.
이로써 우리의 기능수준이 가히 세계적임은 증명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전반적 기술수준이 당장 선진국과 어깨를, 견줄만큼 성장했다고 보는 것은 어리석다.
공업립국을 위한 긴 도정을 생각할 때 기능올림픽 4연패란 하나의 출발신호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국민모두가 새롭게 해야겠다. 할일은 오히려 이제부터라는 뜻이다.
세계의 어느 국민보다 뛰어난 우리의 기능이 계속 발달하고 뻗을수 있게 하려면 우선 모든 기능인들이 자기직업에 대해 긍지를 갖고 비념할수있도록 교육제도에서부터 사회적인 체우에 이르기까지 제반 여건이 개선되어야할 것이다.
어느 분야건 한가지 특출한 재능을 갖고있으면 충분히 생활을 할수있고,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지위도 보장 해주는 풍토부터 조성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10년후엔 5백만명에 이룰 것이라는 기능인력을 확보할수 있을뿐 아니라 국제경쟁을 감내할수있는 질적충실화도 기약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개인적으로 보면 기능올림픽 4연패란 참가선수들의 피나는 각고의 결정이다. 나라에 영광을 안겨준 매달리스트들이 앞으로도 각기 제분야에서 부단한 연마를 쌓아주길 당부한다.
거듭 참가선수들의 장거를 경하하면서 「메이드·인·코리아」가 기술의 상징으로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날까지 품질관리와 기술혁신을 위한 국민적인 노력이 경주되는 계기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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