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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만 넘으면 아파트 재건축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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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987년에 완공된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8~10, 13~14단지. 주차 공간이 좁아 저녁마다 주차 전쟁이 벌어진다. 지은 지 27년이 지났지만 서울시 조례에 묶여 재건축은 2019년에나 가능했다. 그러나 이 아파트는 완공 후 30년이 되는 2017년부터 재건축을 할 수 있게 된다.

 재건축을 위해 거쳐야 하는 안전진단을 통과하기도 쉬워진다. 그동안 안전진단을 할 때는 아파트의 구조 안전성을 중심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주차장이나 배관, 층간 소음 등 주거환경을 주로 판단한다. 재건축 연한을 넘겼고 주거환경이 열악하다면 구조에 큰 문제가 없어도 재건축을 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1일 재건축 규제 완화와 청약제도 개선 등의 내용을 담은 ‘주택시장 활력회복 및 서민 주거안정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번 9·1 주택 대책은 과도한 규제를 풀어 주택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서민들의 주거비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핵심 내용은 최장 40년인 재건축 연한을 30년으로 줄인 것이다. 서울의 경우 86~90년에 준공된 아파트는 30~38년, 91년 이후 완공된 아파트는 40년이 지나야 재건축을 할 수 있다. 경기도와 충북, 부산·인천·대전·광주광역시도 최장 40년 규정을 두고 있다. 이를 과도한 규제라고 판단한 국토부는 내년 7월까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을 고쳐 재건축 연한을 최장 30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87~91년 서울에서 완공돼 재건축이 앞당겨지는 아파트는 24만8000가구에 이른다. 이 중 강남 3구의 물량은 전체의 14.9%인 3만7000가구다.

 재개발 규제도 완화된다. 현재 수도권(과밀억제권역)에서 재개발 땐 전체 가구수의 17~20%, 연면적의 12~15%를 임대주택으로 지어야 한다. 그러나 앞으로 연면적 규제는 폐지된다.

대신 가구수만 수도권은 15% 이하, 비수도권은 12% 이하로 건설하면 된다. 또 재건축과 재개발 모두 사업시행인가 전에 시공사를 선정해 신속한 사업 추진에 나설 수 있게 된다.

 주택공급 방식도 바뀐다. 앞으로 도심 외곽에 대규모 택지를 개발해 신도시를 건설하는 방식은 사라진다. 이를 위해 분당이나 일산 등 신도시 건설의 근거가 됐던 택지개발촉진법을 폐지한다. 복잡한 청약제도도 개편된다. 기존 1·2순위를 1순위로 통합하고,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1년이면서 월 납입금이 12회 이상이면 1순위 자격을 주기로 했다.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실장은 “재건축 연한을 줄여서 효과를 보는 곳이 서울에서 20만 가구가 넘어 주택거래 활성화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부동산 업계에선 소형주택과 임대주택의 의무 비율을 낮추는 조치가 서민주거 안정을 해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건축 사업에서 주민참여와 투명성·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보완책도 필요하다. 무주택자에게 주던 청약 혜택도 축소돼 형평성 논란이 일 소지도 있다.

세종=김원배 기자, 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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