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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전문 연구소의 외부 수탁 과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정부출연 연구소를 굳이 둘로 나눈다면 대형종합연구소와 전문연구소들로 구별할 수 있다.
주요 전문연구소라면 표준·화학· 동력자원·기계·전자통신연구소 등을 들 수 있다.
전문연구소들은 이름 그대로 독특한 분야를 전담 연구하는 곳으로 통폐합 이전에는 대부분 각 관련부처 산하에 산재해 있었다. 이 때문에 연구의 중복가능성이 높았고 연구인력이 분산되어 수준 높은 연구과제의 선정이 어려웠다.
한마디로 연구소 본래의 기능보다는 정부기관의 자문역할을 더 많이 해왔다.
설립연수도 4∼5년에 불과, 이제 겨우 걸음마단계로 설립목적에 맞는 본격적 연구과제를 수행하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 같다. 더욱 설립당시의 의도인 일반 수탁 연구로 연구소를 자립 운영한다는 발상으로는 연구과제 실정에 있어 애로가 많았다.
이 때문에 연구원들은 연구과제를 대부분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야하며 창조적 연구개발보다는 조사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있다.
대덕단지 J책임 연구원은 『연구소에 들어 온지 3년째이지만 연구다운 연구를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새로운 것을 도입한다는 개척자적 형편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말은 연구하는 사람이 연구 자체에서 보람과 만족을 찾지 못하고 있음을 대변하고있다.
일부 전문연구소들은 연구원들의 능력과 의욕보다도 우선 연구실을 가동시키기 위해 어떠한 것이라도 수탁을 받아내야 하기 때문에 연구과제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일 입장이 되지 못한다. 우선 맡아놓고 보자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연구원들도 확실한 자신과 사전연구 없이 수탁을 맡아 결과적으로 높은 실패율을 보여 연구소의 신용을 떨어뜨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형연구소들도 이점에 있어 크게 나을 것이 없다. 81년3월호 「과기연소식」(과학기술원발간)에 실린 모 연구원의 말은 연구원들의 위치와 생각을 단적으로 표현해주고 있다.
그는 「과학자의 꿈」이란 수필에 『수탁연구 등이 진리탐구의 길도 아니며 명성이나 경제적 여유를 위한 것은 더더구나 아니다』라며 『다만 자기의 일이 이 나라 발전에 조금의 도움을 즐 수 있다면 보람을 느끼겠다』고했다.
연구원들이 적극적으로 연구자체에 희열과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일부 연구원들이 직책과 행정을 곁눈질해온 것은 아마도 연구수행 자체에 흥미를 잃었기 때문임도 부인할 수 없다.
전문연구소의 많은 연구원들은 연구의 활성화와 연구자의 생명을 위해 6개월∼1년의 단기 수탁연구 외에 세계학회에 내 놓아도 손색없는 연구과제의 선정을 아쉬워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없이는 비록 1년에 양적으로 수십편씩 연구 보고서률 내지만 훗날 내세울만한 연구는 하나도 없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당장 상품화, 그것도 첨단의 것이 아닌 것을 만드는 데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좀더 근본적인 연구가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각 전문연구소들이 내세우는 장기연구과제를 보면-.
기계연구소가 국가 과제로 표준선박의 설계, 자동차 경량화연구를 진행 중이며 표준연구소는 공해분석용 표준가스의 국산화, 태양열 집열기의 표준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화학연구소는 정밀화학공업에 주력하여 연료의 합성, 플래스틱 건축자제 등 산업계의 애로기술개발에 역점을 두고있다.
동력자원연구소는 86년까지 우라늄자원 탐사를 전국적으로 실시하며, 채탄기계화 사업과 에너지절약형 공정개발을 장기연구과제로 삼았다.
아뭏든 출연연구기관들이 산업화 우선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정부 및 민간의 수탁연구를 수행하는 점도 중요하지만 이와 병행해 국가연구개발의 산실로서 중요분야의 기술을 축적해 나가는 것도 통폐합을 계기로 이룩해야 할 목표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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