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위축·혈관 확장증 등 생긴다|부신피질 호르몬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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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날씨가 더워지면서 많이 발생하는 피부병을 치료하기 위해 최근 부신피질 호르몬제(스테로이드제제)를 함유한 연고제나 내복약을 사용하는 일이 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제재를 남용할 경우 중독증 등 부작용이 따르기 때문에 환자들이 올바로 사용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부신피질 호르몬제는 올바로 쓰면 피부병 치료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약이다. 이러한 양약을 요즘은 각종 피부병을 비롯, 여드름 치료제로 가리지 않고 쓰는가 하면, 여성들이 기초화장품처럼 잘못 사용하는 일도 있어 최근 대한 피부과학회와 각 병원 피부과 팀이 부작용에 대한 연구발표를 통해 계몽활동을 펴고 있다. 최근 대한 피부과학회의 월례 집담회에서 1만4천80명의 피부과 환자를 대상으로 부작용을 조사 발표한 순천향의대 부속병원 피부과부장 김용환 박사와 정현·김경준씨 팀으로부터 부신피질의 올바른 사용법과 부작용 등을 알아본다.

<부작용>
79년 1월부터 80년 12월까지 2년간 순천향병원 피부과에서 진료한 피부병 환자 1만4천80명중 9·8%인 1천3백73명이 부신피질 호르몬제에 의한 부작용을 보인 환자였다.
이를 다시 세분해 보면 부신피질 호르몬제에 의해 여드름이 더욱 악화된 소위 스테로이드성 여드름환자가 4백40명으로 전체 여드름 환자 1전5백60명의 28·2% 였고, 피부사상균(곰팜이류) 감염환자로 이 제제에 의해 환부가 악화된 환자는 9백33명으로 전체 피부사상균 환자 1천3백92명의 67%나 됐다.
이외의 다른 피부병도 부신피질 호르몬제에 의해 부작용이 나타났지만 비교적 경미했고, 이 체제가 적합하지 않은 피부사상균 감염환자와 여드름 환자에서 부작용이 특히 심했다.
순천향병원에서 2년간 치료한 이들 피부병환자중 가장 흔했던 부작용은 피부위축과 혈관 확장증으로 전자는 피부가 번질번질해지고 땅기거나 잔주름이 생기는 증세며, 후자는 피부가 얇아지고 현관이 드러나 감정이나 기후가 조금만 변해도 얼굴이 빨개지는 증세다. 또 피부의 선상위축으로 피부에 줄이 가는 부작용도 있었다.
다음으로 많은 것은 스테로이드성 여드름으로 연고제를 많이 바르는 사춘기 여성들에게 많고 화장용으로 이들 연고제를 많이 쓰는 부인들의 입 주위에 많이 생기며 이를 없애려고 스테로이드제를 계속 바를수록 여드름은 더욱 많아져 일종의 중독상태가 생긴다.
또 색소 침착증으로 기미가 생기고 상처의 치유가 지연되며 땀이 많이 나는 증세를 보였다. 주로 부신피질호르몬제의 복용으로 생기는 부작용으로는 관절통·식욕부진·구토증이 있고 고혈압·당뇨병·위궤양을 유발하기도 한다.
드물게는 피부의 탈색·마른버짐·백내장·쿠싱증후군(스테로이드의 국소적 사용으로 부신피질 기능 항진 증세가 나타나 얼굴이 보름달처럼 둥글게되거나 비만 등의 증세) 이 생기는 수가 있다.
스테로이드의 중독상태는 연고를 바른 뒤 2∼4주부터 많이 나타나지만 내복약의 부작용은 잠행성으로 나타나 부작용 여부를 판단하는데 오랜 기간이 걸린다.
각 병원 피부과에 따르면 환자들이 잘못 사용해 부각용이 심하게 나타난 연고제는 C(Y사제품)·C(H사)·U(S사)·S(T사)·S(J사) 연고 등이며 약국에서 함부로 배합·조제하는 연고제도 부작용이 나타나는 일이 있다.
이들 연고제는 습진 등 특정질환에 사용하도록 되어있으나 환자들이 약국에서 손쉽게 사서 아무 피부병에나 마구 바르기 때문에 부작용이 생긴다.

<주의사항>
미국서는 부신피질호르몬제를 거의 마약처럼 엄격히 취급해 약국에서 판매를 제한함은 물론, 의사도 사용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는 아무 제한 없이 약국에서 이제제롤 살 수 있는데다가 피부질환에 만능 약인 것처럼 착각, 오·남용을 하는 경향이 많다. 약을 바르게 알고 빨리 이런 습관을 고쳐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특히 여성들이 피부미용을 위해 기초화장품처럼 남용하는 것은 피부노화를 촉진하는 것밖에 안되므로 사용에 신중을 기해야한다.
부신피질호르몬제를 계속 바르면 피부가 얇아지면서 아주 부드러워지는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부신피질호르몬제를 자주 사용하게 되면 부작용이 생기고, 이를 없애려고 더욱 사용량을 늘리게 된다. 병원에 오는 피부병환자 중 『더욱 강한 약을 달라』고 요구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이런 현상 때문인데. 이때는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 조치를 취해야 한다.
효력이 강한 약을 습관적으로 사용하다가 갑자기 중단하면 부작용이 더욱 심해지므로 서서히 감량하면서 중단해야 한다.
여름철에 자주 생기는 습진과 곰팡이균에 의한 피부병은 성질이 전혀 달라 습진약을 곰팡이 균에 발라주면 더욱 악화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아무 약이나 마구 혼용하는 일을 삼가야한다.
부신피질호르몬제는 올바로 사용하면 피부병에 큰 효과가 있으나, 잘못 쓰면 여성이 제일 신경을 쓰는 얼굴을 망치게 되므로 전문의의 지시에 의해 바르게 사용해야한다고 관계전문가들은 거듭 강조하고 있다. <김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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