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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부총리가 민생법안 호소 나선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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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세월호와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의 침묵이 계속되고 있다. 정치권의 특별법 제정 논란이 길어지면서 이 같은 말조심은 더 길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와 관련해 총론과 각론을 모두 말한 건 5월 19일이 사실상 마지막이다. 당시 박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여야와 민간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포함한 특별법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며 “세월호 관련 모든 문제들을 여야가 논의해 달라”고 강조했다. 공교롭게도 그 이후 지방선거(6월 4일)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7월 30일)가 있었고 모두 여당이 선전했다.

 문제는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간 힘겨루기가 4개월을 넘기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대통령의 침묵에 대해 여론도 반반이다. 본지 여론조사(8월 22일자 1면)에서도 대통령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과 그럴 필요가 없다는 의견은 49.5% 대 49.5%로 팽팽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침묵에 대해 “국회에서 합의안이 만들어지면 모를까, 지금 여야가 특별법을 놓고 한창 협상 중인데 대통령이 뭐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나설 수도 없고 나서서도 안 된다는 의미다. 일종의 거리 두기다. 지난달 25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민생법안 입법을 강조하던 중 “의회주의는 개인과 정당을 넘어 모든 국민을 향해야 한다”며 국회 파행에 대해 간접적으로 언급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박 대통령이 혼자서 “민생”만 강조하고 세월호특별법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부담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다 보니 최근 들어선 박 대통령을 대리해 정홍원 국무총리와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나서는 사례가 늘었다.

 정 총리는 지난달 29일 대국민담화에서 민생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국회에 촉구했다. 그 사흘 전인 26일엔 최 부총리가 ‘민생안정과 경제활성화 입법 촉구 호소문’을 발표했다. ‘선 세월호특별법, 후 민생법안 처리’라는 야당의 주장을 총리와 경제부총리가 반박한 것이다. 31일에는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이 긴급 차관회의를 열어 민생을 강조했고 1일에는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나설 예정이다. 이런 민생 드라이브는 3일로 예정된 ‘제2차 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서 정점에 오를 전망이다. 박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회의인 데다 TV로 생중계되는 만큼 대통령의 의지를 국민에게 직접 전달할 수 있어서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는 1일로 예정된 새누리당 지도부와 세월호 유가족의 3차 면담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세월호특별법이 하루빨리 마무리돼야 한다”며 “그래야 올 하반기 남은 기간 동안 민생입법과 예산안이 힘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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