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바늘자국이 징그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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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양양의 일기>
▲4윌6일=나 참 많이 변했다. 그러나 뿌리는 흔들리지 않는다. 아픔을 치료할 수 없는 나. 밉다 미워. 나를 상실해가고 있다. 바보·바보 가시내.
▲4월15일=카인의 후예·인간·우리들의 광대. 돌아오지 않는 강. 아무도 사랑하지 말자. 여인은 다만 사랑을 알뿐이라는 말을 잊어버리지 맡자.
▲4윌17일=두렵다. 모든 것이. 내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다.
▲4월22일=일들이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되어가고 있다. 엄마가 날 이상한 눈으로 보고있다. 며칠동안 내가 내 얼굴이 아니 듯이. 내가 왜 이렇게 될까?
▲5월2일=「소리 없이도 나는 그대를 부른다. 촉감 없이도 나는 그대를 느낀다. 숨결 없이도 그대를 숨쉬고 눈감아도 그대를 본다. 자존심 없이 그대에가 애원하며 희망 없이 그대를 기다리고 있다.(일기장에 적힌 자작시)
▲5월9일=팔에 난 여섯 개의 주사바늘자국. 내가봐도 징그럽다. 왜 이렇게 됐을까. 엄마·아버지가 아직 모르고 있는 게 더욱 괴롭다.
▲5월11일=오빠(이씨를 가리키는 듯)는 평소에는 기운이 없다가도 히로뽕만 맞으면 5∼6시간씩 나를 못살게 군다. 친구들끼리도 부끄러워 말을 못하던 난데 내가 왜 이렇게 부끄러움이 없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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