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의 재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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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 여의도에선 28일부터 큰 민속문화행사가 벌어진다. 『젊음과 창조의 열기속에 민족문화의 오늘을 확인하고 겨레의 멋과 꿈을 함께 펼치는 큰마당』이라는 개치프레이즈가 보여주듯이 사상초유의 대규모 민속행사다.
이같은 행사를 계기로 그야말로 민족문화의 오늘을 확인하는 반성과 비판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겠다.
이른바 「국풍」은 「외풍」과 「양풍」에 대결하는 민족의 주체적 세력을 의미하는 말이다.
서양문명의 동방진출에 대항하였던 19세기에 동양의 대응자세가 일본에서 「화혼양재」 로, 중국에서「동도서기」로 표현되었으나 우리의「척화」「척양」주의는 결과적으로 국망의 비극을 초래했던 것이다.
이같은 비극은 흔히 여러 각도에서 이유가 설명될수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두가지 점에서 찾아볼수 있다.
하나는 대외적으로 외세에 대응하는 역량의 부족에서 찾을수 있고 다른하나는 대내적으로 민족의 일체감과 자각의 상실에서 볼수 있다.
외세의 침탈에 대결하는 나라의 힘이 충실하여야함은 물론이겠거니와 국가의 구성요소인 국민들의 의지가 일체화되어 삶의 기쁨이 자연스레 토로되고 의욕적으로 결집되어야 비로소 국가의 번영이 기해질 것임은 물론이다.
그런 시각에서 신문협회가 주최하는 국풍81행사는 의미를 찾을수 있을 것같다.
우리 민족문화와 민속전승을 계승·발전시키며, 민족문화의 복권과 자각을 강조하는 의미는 높이 살만하다.
그러니까 국풍은 단순한 배외는 아니며 민족의 주체적 자각에 기초한 자기문화보유의식이 강조되는 것이다.
따라서 참가자들이나 참관자들이 「켸켸묵은 풍류」라는 정도의 뜻에서「한번 놀아보는 잔치」정도로 삼는다면 행사는 도로가 되고 말것이다.
「놀이」는 분명하되 민족의 생존과 화합의 양식으로 인식되어야겠다는 것이다.
역사상 우리민족은 벌써 상고로 부터 무천이다 동맹이다 하는 행사를 통해 노래하고 춤추며 어울려 놀기를 즐겼으며 신라의 화랑도 까지도 어떤이는 풍류도로 보는 경우 마저있다.
기쁨과 즐거움이 동반돼 자기도 모르게 엑스터시의 경지에 몰입하는 것이 놀이의 진수이며, 그런 과정을 통해 심리적 갈등의 해소라는 카타르시스를 통해 새로운 창조의 계기를 마련하며 이해와 용서를 통한 공동체의식의 제고가 있게된다.
그같은 역할을 분명히 우리 선조들의 놀이들은 수렴하고 있었던 것같다.
비단 우리의 경우만이 아니라 「바보제」등 서구의 축제들도 대부분 그같은 성격이 두드러진다.
반드시 사는것이 신명이 나기때문에 모여서 노는 것이라고 할수는 없다. 불만과 갈등을 인정하고 그것을 해소하는 노력으로서 예부터 제례와 축제는 존재했던 것이다.
여의도의 민속행사는 그점에대한 이해가 있기에 특별히 통금까지 해제되었다.
그러나 이행사가 하나의 행사로 끝날 일은 아니고 우리의 전통문화·예술을 진흥하는 일은 더욱 장려하고 발전시켜 결코 나쁠것은 없다.
전통문화·예술은 과거의 문화·예술이 아니며 오늘의 살아있는 생활의 표현이어야 하기때문에 그것이 늘 행사적일 수는 없다는 근본적인 인식이 있어야겠다.
그런 인식은 학교에서도 교육되어야하고 대중매체를 통해서 보급되어야한다.
이번 행사가 그같은 전통문화·예술에 대한 이해외 보편화에 공헌하는 계기가 된다면 다행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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