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나의 종교입니다"|필라델피아 지휘할「오먼디」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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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7∼29일 서울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미국 필라델피아·오키스트러를 지휘할 거장「유진·오먼디」옹(82)이 25일 하오 호텔신라 23층 플럼룸에서 10여명의 국내기자들과 공동회견을 가졌다.
여독이 덜 풀린 듯 조금 피로해 보였지만 그는 시종 미소를 잃지 않고 여유 있는 농담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필라델피아와 협연할(28일) 바이얼리니스트 김영욱 씨(33)도 자리를 함께 했다. 『3년 전 한국에서 첫 연주회를 가졌을 때 나는 청중들이 음악에 대해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고 음악을 진지하게 감상한다는 것을 알았읍니다. 그런 청중들을 상대로 음악을 만드는 것은 아주 즐거운 일이지요. 또 음악 홀도 좋아서 한국 공연을 기대하고 있읍니다.』
짙은 회색양복에 가는 줄무니 셔츠, 상의주머니에 흰 수건을 꽂은 단정한 차림. 짧게 깎은 숱이 적은 부드러운 은발은 곱게 나이 먹은 인자한 할아버지 같은 인간미를 느끼게 한다.
그는 지난해 자신이 45년간 이끌어온 필라델피아의 상임지휘자 자리를 이탈리아출신의 젊온 지휘자「리카르도·무티」에게 물려주고 명예지휘자로 물러앉았다. 그러나 l년간 최소한 6주 필라델피아를 지휘하고, 다른 세계유명악단을 객원 지휘할 계획이어서『노장은 결코 은퇴하지 않았음』을 과시하고 있다.
「오먼디」옹은 그의 뒤를 이을「무티」를 l, 2년간 열심히 고른 끝에 찾아낸『기막힌 재능을 가진 훌륭한 음악가』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지휘자는 태어나는 것이라는 평소 생각에 따라 천부적인「무티」의 음악재능이 크게 평가된 것 같다.
『좋은 교향악단을 만들고자하는 단원들의 열망, 자신이 속한 교향악단에 대한 프라이드, 그리고 행운이 있어야 합니다』고 좋은 교향악단이 될 수 있는 요건을 꼽는「오먼디」옹은 또한 철저한 실력제일주의자이기도 하다.
단원을 뽑을 때 그는 아무리 유명한 연주자라도 직접 그의 연주를 듣고 만족해야만 선발한다. 이렇게 실력중심으로 뽑힌 단원들은 모두들 오래있고 또 연주를 잘해 필라델피아는 좀체로 자리가 비지 않는 교향악단으로 유명하다. 1백6명 단원 중 동양인은 아직 한사람도 없는데 82년에는 일본인 피콜로 주자 한사람이 입단할 것이라고 한다.
지난 반생을 다른 것에는 일체 관심을 돌리지 않고 오직 음악을 지휘하고 공부만을 하며 샅아 왔다는「오먼디」옹은『음악을 공부하고, 음악 속에 잠들고, 음악을 꿈꾸며 살지요. 음악은 나의 종교입니다』고 미소를 지으며 얘기한다.
5년 전 왼쪽다리에 수술을 받아 다리가 조금 불편하지만 타고난 건강에 부인「마거레티」여사가 늘 어디서고 돌봐주고 있어 건강하다는 그는 이번 한국과 일본 연주여행을 떠나오기 2주전에도 델로스레코드사와「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제5번을 비디오레코드로 만들었다고 노익장을 과시한다.
27일 필라델피아와「생상스」를 협연할 바이얼리니스트 김영욱씨와는 그가 커티스음악학교를 다니던 20년 전부터 인연을 맺어왔는데 공적인 연주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고「오먼디」옹은 한국출신의 젊은 연주가에게 애정 어린 눈길을 보내며 얘기한다.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어린 소년이었지만 지금은 훌륭한 연주자로 성장했읍니다. 한국이 자랑할만한 세계적인 연주자지요. 참으로 뛰어난 재주를 가진 젊은이 입니다』고「오먼디」옹은 칭찬을 아끼지 앉는다.
「오먼디」가 지휘하는 필라델피아와는 62년 미국 CBS-TV쇼에 함께 출연하여 협연한 이후 이번이 4번째 협연이라는 김영욱 씨는『최선을 다해 좋은 연주를 고국 팬에게 들려드리겠다』고 다짐한다.
2년 전 미국에서 음악매니저로 일하고있는「캐더린·버너스」양(32)과 결혼, 뉴욕에 거주하면서 활발한 연주활동을 펴고있는 김씨는 78년 여름 뉴욕·필의 내한연주에서 협연, 그해 12월에는 다시 귀국 독주회를 가졌다. <박금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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