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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무상, 15년 만에 유엔총회 참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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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외교 책임자가 15년 만에 미국을 방문한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30일 리동일 북한 유엔(UN)대표부 차석대사의 발언을 인용, “리수용 외무상(장관)이 다음달 중순부터 시작하는 유엔총회에 참석할 예정”이라며 “북한 외무상의 방문이 북미 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될지 국제사회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측은 각국 대표들이 총회에서 하는 기조연설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에 따르면 북한 외교 책임자의 유엔총회 참석은 1991년 남북한의 유엔 동시가입 이후 2차례에 불과했다. 92년에는 당시 김영남 부총리 겸 외교부장이, 99년에는 백남순 외무상이 유엔총회에 참석했다. 북한은 유엔총회에 주로 외무성 부상(차관)을 보냈다.

외신들은 리 외무상의 방미를 두고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북미 양국이 리 외무상의 방문을 계기로 막후 협상을 통해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북한 이슈 해결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를 위해 북한이 이례적으로 외무상을 파견하는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99년 백남순 외무상은 미국 방문때 “우리는 미국을 백년 숙적으로 보지 않으며 북미 고위급 회담이 진행되는 기간에는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겠다”며 유화책을 폈다.

하지만 이런 기대가 “지나친 낙관론”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최근 북한 유엔대표부가 기자회견 등을 통해 “미국은 침략자”라고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북한 인권문제를 지적한 UN 인권보고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리 외무상이 직접 나섰다는 분석이다. UN보고서는 “북한의 반 인권 관련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세워야 한다”고 권고했다. 따라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직접 UN으로부터 공격 받는 것을 적극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리 외무상을 보냈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 16일 미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군용기를 타고 평양을 극비리에 방문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신들은 “미 고위 관리들이 16일 군용기로 평양을 방문한 후 17일 새벽 돌아왔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사전에 방북 사실을 통보해줬으며 우리 정부의 도움을 받아 북한 영공으로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이번 방북에서 북미 양국 관계자들이 북한에 억류돼 있는 케네스 배 등 미국인 3명에 대한 석방 문제를 논의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미 정부가 인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북미 관계 변화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풀이했다. 특히 이번 방북이 북한이 강력히 비난해온 한미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이틀 전에 이뤄진 것을 볼 때 양국이 억류 미국인 석방 외에도 핵과 미사일 문제 등 주요 관심사를 논의했을 수 있다는 것이 외신들의 분석이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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