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3원칙의 허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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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은 핵무기의 피폭체험을 가진유일한 나라다.일본사람들이 말하는「핵알레르기」가국방·외교정책에서언제나 최우선적으로 고려되는 것은그매문이다.
핵무기를 ⓛ생산하지도 않고 ②소유하지도 않고 ③들여오지도 않는다는 비핵3원칙이「핵알례르기」를 반영하여 67년 「사또」(좌등) 내각이 자민당의 기본정책으로 정했다. 71년 중의원도 비핵3원칙을 준수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일본의 이런 정책이 국제적으로 높이 평가받은 결과「사또」는 74년「노벨」 평화상까지 받기에 이르렀다. 미국도 일본과의 안보조약을 이행하고, 아시아-태평양지역의「혜병역」을 담당하면서도 일본의 비핵3원칙은 존중하여 주는 것으로 통해왔다.
그러니까 지난 17일, 미국의 일본통인 「라이샤워」 전주일대사가 핵무기를 실은 미국의 함정이 일본에 기항하기도 하고, 일본영해를 통과하고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한것이 일본사람들에게 위거적인 파문믈 일으킨것도 무리가 아니다. 더구나「라이샤워」의 설명에 따르면 60년 미일조약개정때 미국이 일본에 핵무기를「반입」(introduce)하는 것을 일본이 구두로 양해했고 핵무기를 실은 함정의 일본기항이나 영해통과는 사전협의의 대상이 아니라는데 합의했다.
「라이샤워」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비핵3원칙중의 마지막것은 60년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이고, 일본국민들은 과거 ]년동안 일종의 허구속에 살아온 꼴이 되었다.
일본점부가 「라이샤워」발언을 부인하고, 미국정부는 일본의 비핵3원칙을 공식으로 확인하는 선에서 「라이샤워· 쇼크」가 공식적으로는 일단락 되고있다.
그러나 「라이샤워」발언이 제기한 문제, 좀더 정확히 말해서 「라이샤워」 발언을 계기로 표면화한 문제는 해결된것이 아니라 지금부터의 과제가 되었다.
이 사건은 미일정상회담끝에 발표된공동성명의「미일동맹」조항을둘러싸고 그것이군사적인것이다,아니다로 일본천지가 법석믈 떨고었는 중에 터졌다.
「레이건」행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미국자신을 포함한 서방동맹국들의 방위체제강화에 박차를 가하고있다.
「스즈끼」수상이 아시아방위의 「역할분담」을 워싱턴에서 약속하고 동경에 돌아와서는 미일동맹에 군사적의미는 없다고 발뺌하는데 미국사람들의 비위가 크게 상했을 것은 쉽사리짐작할만 하다.
그렇다고 공화당 행정부가 민주당계의 「라이샤워」와「야합」하여 일본국민들에 핵무기 기항의 「사실」을알리고 일본이 북태평양 방위공동체의 일원임올 확인시키는 쇼크요법을 쓴것인가는 의문이다.
그러나 효과는 그런「야합」이 있었던것과 마찬가지다. 그리고 긴 눈으로 볼 때, 소련이 태평양해역 군사력강화에 쏟는 노력믈 고려할때 우리는「라이샤워·쇼크」에 오히려 관심을갖게된다.
「레이건」행정부가 추진하는 세계전략,한·미·일 삼각협력체제를 기둥으로하는 새로운 아시아전략에 비핵3원칙이 장애물이 되는것은 많은 군사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대로다.
지금 자민당은 원내의 절대안정다수를 유지하여「라이샤워·쇼크」로 자민당정권의 기반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비핵3원칙은 이제 부분적으로나마 공동화되었다. 핵함기항의 「기정사실」을 은폐하던 「무화과 잎」은 떨어진 것이다. 이번 파동을 계기로 해서 일본정부와 국민들은 소련의 팽창주의정책이 세계도처에서 위기를 조성하고있는 마당에, 지리적으로 소련의 직접위협을 받고었는 일본이 무슨 원칙하나로 홀로 태평성세세 누릴수 있다는 미몽에서 깨어나 세계정세·아시아정세·한반도정세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하고, 경제대국의 체통에 맞는 방위부담을 지라는 세계의 여론에 귀롤 기울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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