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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아기」두 아버지 극적인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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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의정부-정일상·김주만기자】『친부모가 밝혀진 이상 바꿔야한다』『기른 정을 뿌리칠 수 없다』-. 낳은 정과 기른 정을 고집하며 팽팽하게 맞섰던 「뒤바뀐 쌍동이」 시비는 13일 상오10시 쌍동이의 아버지 문영길씨(34·회사원)가 의정부시 의정부2동 265 민아 양의 친아버지 유명환씨(27·트럭운전기사)집을 방문, 아기 둘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대화를 나눔으로써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잡았다.
이 자리는 두 아버지가 자신들의 아기가 바 뀐 것을 안지 6일만에 마련된 것으로, 문씨와 유씨는 처음 만나는 순간 서먹서먹해 하며 어색한 분위기였으나 차차 대화를 나눠 가는 동안 서로의 아픔을 이해했으며 출산직후 갓 퇴원하여 미숙아를 어렵게 키웠다는 얘기를 나눌 때는 두 아버지 모두 눈시울을 뜨겁게 적시기까지 했다.
약1시간 동안의 대화에서 두 사람은 어린이가 바뀌었다는 정밀조사가 확인되면 아무런 조건 없이 서로 아이를 되돌려 훌륭하게 키우자고 합의했다.
이 자리에는 문씨가 쌍둥이 중 첫째인 민경양을 데리고 왔는데 유씨 집에서 기르고있던 향미양(쌍동이 동생)과 영문을 모른 채 즐겁게 뛰놀아 부모는 물론 주위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1시간 동안의 첫 대화가 있은 뒤 상오11시 유씨도 호원동의 문씨 집을 방문, 문씨 부부를 위로하고 민아양을 처음으로 대면했다.
다음은 문씨와 유씨의 대화내용.
문-아침부터 이렇게 찾아와 죄송합니다. 시간을 더욱 끌어보았자 양가 사이에 필요 없는 감점만 쌓일 것 같아 내가 직접 찾아 왔습니다. 당초는. 애 엄마 (김옥렬씨)도 함께 오려했으나 서로의 충격이 클까봐 혼자 왔습니다.
유-나도 한번 댁을 방문하고 싶었습니다.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때 문씨가 민경양을 마당에 내려놓자 향미양을 흘끗쳐다 본 뒤 손을 맞잡고 뛰놀기 시작했다)
문-유형이나 나나 가슴아프기는 매한가지 일 것입니다. 이 문제가 터진 뒤에 우리는 밤잠을 제대로 못 자고 식사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유-나도 회사에 출근을 못하고 있습니다. 내가 운전사인데 신경을 너무 써 사고위험이 있으니 당분간 회사에서 쉬라고 하여 쉬고 있습니다.
문-신문에 연일 우리 두 집의 얘기가 실리고 . 있는데 내용에 따라서는 사건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것도 많더군요.
유-남들이 어떻게 우리의 아픔을 알겠습니까.
문-그 동안 갑자기 유명해져 밤낮으로 보도진들이 몰려 애를 먹었죠.
유-어차피 모든 고통은 같이 받는군요.
문-향미는 요즘 잘 자랍니까.
유-(마당에서 놀던 향미를 가리키며)저 아이가 무얼 압니까. 사람들이 갑자기 많이 찾아오니 그게 즐거운 듯 뛰놀기에 바쁩니다.
문-우리 애들도 마찬가집니다.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요. 유형이 좋은 생각이 있으시면 허심 탄회하게 얘기를 나누어 봅시다.
유-가슴이 울렁거려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단지 부모가 누구라는 것을 확실히 가리는 것부터 해야겠지요.
일부보도에 따르면 우리가 친자확인을 방해하는 것처럼 돼있는데 그렇지 앉습니다.
문-나도 그럴 줄 알았습니다. 유형이나 나나 이 문제를 올바른 방향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틀림없겠죠.
유-그런데 우리는 남자이기 때문에 친자식은 친부모가 맡아 길러야 한다는 대 원칙은 서 있지만 현재 아기엄마 (이정숙씨) 는 충격이 심해 어찌 할 바를 모릅니다.
문-그러니까 남자들이 나서서 대화로 이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 아닙니까.
기왕 잘못된 일이지만 잘못 된 것을 알았을 때는 바로 잡아야지요.
유-지금 현재 어떻게 한다는 것을 단정적으로 말하지는 맙시다. 서로 내왕하면서 부모들간의 감정도 해소하고 어린애들에게도 충격을 최소한으로 줄여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지요.
문-(이때 유씨의 두 손을 덥석 잡으며) 유형 말씀이 옳습니다. 우리가 이것이 인연이 되어 의형제를 맺을 수도 있고 애들은 의자매가 되어 앞으로도 계속 만나도록 하면 좋겠죠.
유-민아의 건강상태는 어떻습니까.
문-『엄마』『아빠』등 간단한 말은 잘하는데 민경이처럼 마음대로 뛰놀지 못해 가슴이 아픕니다. 지금껏 그 애를 돌보느라고 우리부부가 밤잠을 제대로 못 잔 날이 부지기수입니다. 서울의 큰 병원에도 쫓아가 보았는데 의사들은 발육부진일 뿐 큰 병은 아니라 고들 합니다.
유-제대로 걷거나 앉기는 합니까.
문-(침통한 표정으로 한동안 입을 열지 않다가)걷지도 못하고 혼자 앉지도 못합니다.
유-그러면 지체부자유아가 아닙니까. 어떻게 치료방법이 없다 던 가요.
문-병원에서는 별 얘기가 없습니다. 민아의 문제는 앞으로 사건이 해결된 뒤에도 같이 노력하여 해결·해보아야지요.
유-(눈시울을 붉히면서)언제부터 그런 증세가 나타났습니까. (이때 유씨의 부인 이정숙씨가 함께 자리했다)
문-생후6개월까지는 강보에 싸놓았기 때문에 몰랐는데 민경이는 6개월이 지나자 방바닥을 기려고 허우적댔지만 민아는 가만히 누워 있기 만하여 알게 됐습니다. (부인이씨는 눈시울을 적시며 고개를 숙였다)
유-나도 문형 집을 찾아가 보아야지요.
문-좋습니다. 언제든지 자주 만납시다. 그리고 이 문제를 대화로써 해결하도록 노력합시다.
유-물론 그래 야지요. 나도 아픈 감점을 참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부인 이씨는 같은 생각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문씨가 자리를 뜨자 유씨 부부는 7백여m 떨어진 큰길까지 나가 배웅했다.
쌍동이의 첫째인 민경양은 동생 향미양이 『빠이빠이』하며 손을 흔들자 같이 손을 흔들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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