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지지자도, 실업률과 비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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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7백40가구의 회교도빈민들이 사는「디비스」아파트촌은 신교도지역과의 경계선에 위치하고 있는 관계로 사람들은 이곳을「평화선」이라고 부른다. 윤기 흐르는 성교도 상가를 굽어보는 이 아파트는 IRA의 지지자가 가장 집중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경찰은 이 아파트촌의 접근로마다 완전무장을 하고 밤낮으로 경계하고 있다.
「보비·샌즈」가 사망한지 나흘째 되는 8일 아침 이 아파트촌의 남쪽언덕길에는 30여명의 청소년들이 몰려들었다. 막 납치해온 덤프 트럭에 불을 지르고 소년들은 차에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한 떼거리는 접근도로에 그 전날 불에 탄 차의 잔해를 끌어다 바리케이드를 쳤다. 10세에서17세,18세까지 올망졸망한 아이들이 대부분인 이「쪽도」들 중에는 얼굴을 복면으로 가린 소년들도 상당수 있었다. 그들이 영웅시하는 IRA의 흉내를 내고있음이 분명했다.
경찰순찰차가 나타나자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소년들은 나무판대기를 방패 삼아 위험할 정도로 접근하며 화염병을 던졌다. 경찰 차는 고무탄을 한참 쏘다가 그대로 돌아가 버렸다. 아이들이 더 이상 피해 보일만한 게 없었기 때문인 듯 했다. 얼마 뒤 덤프트럭이 다 타서 연기가 사라지자 소년들도 관심을 잃고 좀 전의 긴장상태가 인재 있었느냐는 듯 옆 잔디밭으로 가서 개와 어울려 장난들을 치기 시작했다.
그들은 또 새로운「폭동」거리가 될 납치 차를 누군가가 가져올 것을 기다렸지만 이날은 한 대로 끝났다.
사흘동안 계속된「벨파스트」의 폭동이 모두 이런 가벼운 것은 아니었지만 텔리비전 화면에서 보듯, 모두가 생사를 건 험악한 것은 아니다.
폭도들이 던지는 화염병은 주로 빈 병에 휘발유를 채우고 헝겊으로 막은 것이다. 가끔 휘발유대신 황산을 넣은 것도 등장하지만 그리 흔치는 않다. 경찰이 쓰는 고무탄은 플래스틱으로 만든 바나나 반쪽크기 만한 것인데 귀 뒤나 목 앞부분에 맞으면 치병 상을 입을 수도 있지만 다른부분에 맞으면 넘어질 정도다. 최루탄은『제3자에 피해를 끼친다』는 이유로 사용이 금지되어있다.
이번 폭동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것은 자동차다. 공식집계는 없지만 서부「벨파스트」의 거리마다 사흘동안 차가 타는 연기가 치솟았으니 적게 잡아도 수백 대는 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차를 세 번이나 납치 당해본 한 운전사의 말에 따르면 개인에게는 피해가 없다.2명 이하에게 당했으면 보험회사가 보상해 주고2명 이상에게 당했으면「폭동」이 되기 때문에 국가가 배상해 준다. 그래서 자기 차가 납치 당할 위험을 직업에 따른 필연적인 모험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고있다.
폭도들로서는 경제적 사보타지라는 명분으로 자동차를 파괴한다. 정부의 배상금 총액이 많아질수록 부담이 커져 북「아일랜드」사태에 양보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는 천진스런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 북「아일랜드」사태는 이상에서 본 것과 같은 일반폭동의 차원과 IRADML 조직적 테러의 차원이란 두 갈래가 상관관계를 갖고 있고 전개되고 있다.
일반폭동은 역사적인 민족감정과 경제적 현실이 뒤섞여 그 뿌리를 이룬다.
지난 해 군 첩보기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북「아일랜드」전역의 실업률이15.5%인제 비해 대도시 가톨릭 구역의 실업률은 30%에서 심한 경우75%까지 된다. 신교도가 경제권을 쥐고 있는 이 지역에서 고용의 기회가 가톨릭엔 공평하게 돌아가지 않는 결과인데, 최근에 발표된 한 정부보고서는 그런 고용습성이 지난1백년동안 하나도 변한 게 없다고 시인했다.
그러니까 실업률이 가장 높은 지역일수록 IRA의 지지율이 높아지고 청소년실업자가 차에 불지르는「IRA영웅」의 흉내를 내는 과정이 개인적 진단이나 조직의 포섭 없이도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모양이 마련돼있는 셈이다.
「보비·샌즈」의 사망이 보기를 마련해주기까지 IRA는 세력이 크게 약화됐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오랜 폭력에 일반 가톨릭 주민들도 염증을 느낀 데다가 보안군의 첩자가 IRA조직 속에 많이 침투해서 조직의 비밀이 많이 깨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IRA는 지난해스파이혐의자용 대거 숙청하고 무대단위로 구성된 IRA조직를「세포조직」으로 개편했다.
IRA측으로 보면 일반폭동은 그들의 지지기반을 과시하고 자기들의「작전」을 위한 분풀이이·「기분전환」정도의 한계적 효용밖에 없을 듯 하다. 따라서 다음 단계는 조직적인 테러활동이 될 것이며 1차 목표는 정계와 사회의 저명인사들에 대한 암살선풍이 될 것이라고 보안군사령부는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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