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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정명훈·서울시향" … 런던 프롬스 6000여 관객 찬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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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축제의 메인 무대인 로열 앨버트홀. 이날 공연의 5200석은 일주일 전 매진됐고, 입석을 포함한 6000석이 모두 채워졌다. [사진 서울시립교향악단]
2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BBC 프롬스 축제에서 정명훈씨가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지휘하고 있다. 이들은 국내 교향악단 최초로 참가했다. [사진 서울시립교향악단]

“오늘 오후 들은 바론 정말 정말 좋은 오케스트라다.”

 120년 된 클래식음악축제로 8주간 76개의 오케스트라 연주가 이뤄지는 BBC 프롬스. 그 기획을 총괄하는 BBC 라디오3의 편성·프로그램 에디터인 에드워드 블레이크만의 서울시립교향악단에 대한 평가다. 올 축제에 처음으로 국내 오케스트라인 서울시향을 초청키로 한 당사자지만 그간 서울시향의 리코딩만 들었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역시 좋은 리코딩도 실제로 들은 것과 같을 순 없더라”고 말했다. 그는 생황 연주를 두고 “놀랍고도 매력적(mesmerizing)”이라고 감탄했다.

 27일 오후 공연에 앞서 이뤄진 20여 분의 리허설을 본 후의 기대감이었다. 그의 예상은 과히 틀리지 않았다.

 이날 로열앨버트홀의 5200석은 거의 꽉 찼다. 가장 좋은 오케스트라 무대 앞자리이지만 서서 들어야하는 입석(5파운드)까지 총 6000여 명이 연주를 들었다. 런던 관객들로선 정명훈의 지휘는 5차례 봤지만 그가 예술 감독으로 있는 서울시향의 소리는 정작 들어본 적이 없을 테니 호기심이었을 터였다.

 첫 곡 드뷔시의 ‘라메르(바다)’에 이어 두 번째 곡은 진은숙 작곡가의 생황 협주곡인 ‘슈(바람)’가 이어졌다. 2009년 LA 필하모닉에서 미국 초연됐던 작품으로 서울시향을 상징하는 곡이다. 그러나 런던에서 생황은 낯선 소리였다. 그래도 19분의 연주가 끝나자 뜨거운 박수가 이어졌다. 생황 연주자 우웨이는 앙코르로 ‘용춤(드래건 댄스)’을 독주했다. 실제 용을 풀어놓은 듯했다. 관객은 열광했다. 관객인 데이비드 홀워스는 "정말 흥미롭고 색달랐다”며 "진정으로 즐겼다”고 말했다.

 2부는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6번 ‘비창’이었다. 현악 파트가 절망의 심연을 드러냈다. 객석 곳곳에서 나던 기침소리 마저 사라졌다. 마침내 정 감독이 지휘봉을 내렸을 때 연주회장은 박수와 발 구름 소리로 울렸다. 대여섯 번의 무대 인사가 이어졌고 정 감독은 다시 지휘봉을 잡았다. 앙코르 곡은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1번이었다.

 공연이 끝난 후 발그레한 표정의 안소니 필립은 "차이콥스키가 이 곡을 초연하고 9일 후 숨진 걸 아느냐”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인데 (연주가) 놀랍다”고 말했다. 한 한국인 관객도 “프롬 무대가 사실 오케스트라간의 경연장 같은 곳이라 긴장할 법도 한데 정말 신명나게 잘했다”고 말했다.

 서울시향은 이날로 유럽 순회공연의 네 번째이자 마지막 공연을 끝냈다. 앞서 핀란드의 투르쿠, 오스트리아의 그라페네크, 이탈리아의 메라노 음악 축제에서 연주했었다. 내년 4월에는 LA·시카고 등 미국 7개 도시의 무대에 오른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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