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광고매체 … 컨슈미디어 마케팅 주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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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KT가 펼치고 있는 컨슈미디어 마케팅인 ‘광대역 커버리지 지도’. 백지 상태의 우리나라 지도가 고객의 참여가 누적되면서 10만개의 점으로 빡빡해졌다. [KT 제공]

KT는 최근 새로운 콘셉트의 이벤트로 백지 상태의 우리나라 지도 두 장을 내놓았다. 경쟁사와의 광대역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 품질을 비교해 볼 수 있다는 ‘광대역 커버리지 지도’다. KT와 타사 고객은 속도측정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광대역 LTE 네트워크에 접속한 결과를 지도 위에 점으로 찍어나간다. 지난달 26일 백지 상태로 시작한 지도는 고객들의 참여가 점차 누적되면서 28일 현재 약 10만 개의 점으로 빡빡해졌다. KT는 이처럼 고객의 참여로 지도가 채워지는 과정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TV·온라인에 이른바 ‘컨슈미디어 라이브’ 광고로 반영하고 있다.

 칸 국제광고제 심사위원을 역임한 신훈주 KT 상무는 “고객의 직접적인 참여를 유도해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서비스 품질이 어느 수준인지 파악할 수 있게 했다”며 “KT의 넓고 촘촘한 커버리지를 고객에게 효율적으로 알리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소비자의 참여를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이른바 ‘컨슈미디어 마케팅’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컨슈미디어는 ‘소비자’(consumer)와 ‘매체’(media)를 결합한 신조어. 소비자들이 똑똑해지면서 이젠 천편일률적인 광고·홍보로는 제품을 알리는 데 한계가 있다. 대신 다양한 채널에서 참여와 공감을 이끌어내 고객의 자발적인 마케팅을 유도하는 게 컨슈미디어 마케팅의 핵심이다.

 현대자동차가 18일 뉴욕 맨하탄 타임스퀘어에 설치한 옥외 광고인 ‘브릴리언트 인터렉티브 아트’도 이를 활용했다.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잡으면 이를 재구성해 광고판에 실어주고, 가족·연인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게재해 특별한 추억을 선사한다. 정명채 현대차 브랜드전략실장은 “전통적인 전달 방식에서 벗어나 소통을 통해 브랜드를 알리기위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20년 넘게 타임스퀘어에 옥외광고판을 운영하는 LG전자도 지난 5월 미국 ‘어머니의 날’에 미 전역의 어머니 1000명으로부터 각종 에피소드를 접수해 광고판에 소개했다.

 아예 소비자를 광고에 참여시키기도 한다. 대한항공이 방영한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 TV 광고가 대표적이다. 소비자가 직접 순위를 선정해 제작된 이 광고는 각종 유명 광고제 상을 휩쓸었고, 대한항공의 유럽 노선 매출을 끌어올리는 ‘효자’ 역할도 했다. ‘몰래 카메라’를 찍는 형식으로 소비자가 광고에 참여한 칠성사이다의 ‘공간이동 자판기’, 노스페이스의 ‘북극 한파’ 동영상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주목을 받았다.

 KT는 자사의 고객 최우선 경영철학인 ‘굿초이스’를 알리기 위해 고객이 직접 광고를 만들어 참여하는 ‘굿초이스는 내가 알린다’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카페베네는 하루 두번 자체 라디오 방송을 통해 전국 매장에 고객의 사연과 신청곡을 전하고 있다. 배스킨라빈스는 고객이 직접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투표에 참여하는 콘테스트를 진행한다. 1등 당선작은 ‘이달의 맛’으로 출시된다.

 KT 신훈주 상무는 “대중을 상대로 하는 일방향의 판촉활동이 아닌,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이슈를 확산하는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마케팅의 흐름이 변하고 있다”며 “이 분야에서 오래 몸담아 오며 느낀 것은 ‘가장 효율적인 마케팅은 소비자가 스스로 해주는 마케팅’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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