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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행 표창 받는 농협 안병주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단골 지각생에게 어버이날 표창장을 준다.
다른 동료들보다 매일 l시간30분∼2시간씩 지각을 하고도 효행표창을 받게 된 사람은 안병주씨(34·농협중앙회대리·서울 신길6동 우진 아파트 9동505호).
매일아침 다른 직장인들이 출근할 시간이면 그는 실명한 8순의 할머니를 업고 병원으로 향한다.
아파트5층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와 짐에서 6km떨어진 영등포로터리 K안과에서 할머니의 눈을 치료한 뒤 다시 집에 모셔놓고 나서야 부랴부랴 사무실로 달려간다.
도착시간은 대개 상오 10시30분∼11시. 업무개시시간인 상오 9시보다 1시간30분 이상 지각하는 단골 지각생이다.
6년 전 입사한 안씨는 평소 지각 한번 없이 업무개시 30분 전이면 어김없이 출근하고 79년7월 실시된 대리승진 시험 때는 당당히 1등을 차지할 정도로 소문난 모범직원이었다.
모범직원 안씨가 동료들 사이에서 「단골 지각생」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1월 초순.
고향인 경북 울진에서 평소 왼쪽 눈에 녹내장을 앓아 고생하고 있던 할머니 이수노미씨(78)를 서울 자기 집으로 모시고난 후부터다.
안씨는 고향에 어머니(55)와 7남매 동생을 둔 가장.
안씨의 할머니는 78년 서울 모 병원에서 오른쪽 눈을 제거한 후 왼쪽 눈마저 녹내장을 앓고있어 두 눈이 모두 실명상태.
30만원 안팎의 박봉에 시골집도 도와야하는 쪼들리는 살림이고 동공을 제거하면 2주만에 간단히 끝낼 수 있지만 시력이 회복되기를 기다리며 치료를 계속하고 있다.
농협중앙회에 표창이 상신 됐다는 소식을 들은 안씨는 『개인적인 사생활 때문에 직장을 소홀히 하게돼 동료 상사에게 죄송한 마음이 가득합니다. 상이라니 오히려 부끄럽습니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직장에의 미안함을 덜기 위해 안씨는 지각하는 날은 밤을 지새워서라도 맡은 일은 꼭 끝내고 귀가한다. <정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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