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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즈옥사」에 정반대풀이|본사 장두성특파원 「벨파스트」시서 제3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에이레」 공화국군(IRA)의 「보비·샌즈」가 사망한지 이틀째로 접어들면서 그의 죽음이 갖는 상징성을 둘러싼 경쟁이 한창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런 경쟁은 그의 죽음이 한낱 살인범의 무모한 자학이상의 아무것도 아니라고 일축하려는 신교도들의 통합파 정치인들과 반대로 그를 위대한 순교자로 우상화하려는 구교도의 공화파 지도자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다.
당사자들에게 이경쟁의 승패는 길거리에서 아직도 계속되고있는 폭동보다 훨씬 더 중요한것에 틀림없다. 신교도 구역에는 『살인자는 선택권이 있었지만 피살자는 선택이 없었다』는 벽보가 나붙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보비·샌즈」로부터 관심을 테러행위의 희생자쪽으로 돌리자는 신교도측의 의도가 간결하게 표현돼있다.
통합파의 민주「얼스터」당(DUP)은 이 의도를 보다 구체적으로 시위키위해 「보비·샌즈」의 장례식이 있는 7일 같은 시간에 테러로 피살된 사람들을 위한 합동위령제를 연다고 발표했다.
공식집계에 따르면 지난13년간의 북「아일랜드」사태로 사망한 사람수는 모두 2전96명이다. 테러행위라는 특수범죄의 성격상 어느 파가 몇명을 죽였는지는 정확히 알길이 없으나 이숫자 속엔 IRA뿐아니라 신교도쪽 테러의 희생자도 상당수 포함돼 있는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통합파의 위령제는 「보비·샌즈」를 정치와는 무관한 테러범으로만 몰아 북「아일랜드」폭력사태의 핵심을 흐리려는 의도가 뚜렷이 보인다. IRA쪽에서는 「보비·샌즈」의 죽음을 계기로 최대의 정치적 선전효과를 거두려 하고있다.
「보비·샌즈」의 집부근에는 노천빈소를 마련해놓고「정치적 전쟁포로」라고 간결하게 표시해 놓았다. 제단위에는 공화국의 3색기가 펄럭이고 있다. 그런 형식은 「샌즈」가 속해있던 테러집단의 폭력성을 호도하려는데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7일의 장례식은 IRA의 전쟁영웅장례식 형식으로 대대적으로 거행될 계획이다. 검은 제븍에 검은베레모와 안경을 낀 청년들이 관을 따라 행진한후 관위로 3발의 권총발사를 하는것이 이 전쟁영웅예우의 하이라이트다.
IRA측으로서는 「보비·샌즈」의 죽음이 지난연말 미수에 그친 7명의 단식투쟁에서 잃은 체면을 회복시켜주는 절호의 기회임에 틀림없다. 그의 죽음은 주로 미국의 「에이레」계에서 들어오는 테러자금을 수백배 증가해줄 것이고 요원응모율도 급증시킬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보비·샌즈」의 어머니가 그의 임종이 가까왔을 때『내 아들은 더 많은 죽음을 위해 죽은 것이 아니라 교도소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죽는 것이니 자중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샌즈」의 죽음은 불행하게도 그런 호소와는 정반대로 쌍방의 대결을 더 악화시켰다.
영국의 「에이레」사가 「로버트·키」는 양민족간의 역사적 충돌은 늘 사실 이상으로 과장되어 전해 내려왔기 때문에 두 민족의 원한은 실상보다 과장된 허상을 바탕으로 더 깊어졌다고 설명한바 있다.
「샌즈」의 죽음이 그런 허상에 또 하나의 과장된 원한의 씨를 뿌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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