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관조와 나|이인자(주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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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우리 집의 하루는 새소리로 시작된다.
아침 6시쯤 새소리에 잠이 깨면 아빠는 새장 청소를 시작하고 나는 물과 먹이를 준비한다. .
내가 부엌에서 모이를 들고 나오면 새들은 모두들 먹이통 가까이로 모인다. 우리 집의 귀염둥이 구관조는 『안녕하세요』하고 인사까지 한다.
결혼 전에는 새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으나 새를 나보다 좋아하는(?) 아빠 덕분에 새와 친구가 됐다.
아빠는 결혼 후 집에서 기르는 새보다는 야생조류에 더 흥미를 갖게돼 결국 우리 집 새는 내 몫이 된 셈이다.
재작년 겨울 새장을 들여놓은 건넌방의 연탄난로가 바람을 타 꺼졌을 때 아빠와 나는 석유난로를 피워놓고 혹시 가스에 새들이 죽지나 않을까 하여 교대로 밤을 지새운 일이 있다.
『애정이 없는 동물사육은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는 글을 어느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정말 그런 것 같다. 새는 너무 정직하다. 정성 들여 보살펴주면 색깔이 고와지고 울음소리도 아름답다. 또 번식도 잘한다.
우리 집 구관조는 전화벨이 울리면 나보다 먼저 『누구셔요』하고 말을 한다.
인공번식이 되지 않아 가격이 다른 새에 비해 약간 비싸지만 우리 집의 자랑거리다.
작년에 키우던 구관조 한 마리를 친척집에 선물했더니 그 집 아이들의 말씨가 당장 고와지고 욕하는 버릇이 없어졌다고 한다. 욕을 하면 구관조도 배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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