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꿀 장사 아직도 판쳐|"이웃에 산다" 팔고 뺑소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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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며칠 전 낮에 아이들과 집에 있는데 벨이 울려 현관에 나가보니 옆 동네 산다면서 젊은 부인들이 꿀 한 병을 들고 서있었다. 서울에서는 진짜 꿀을 사기가 힘드는데 강원도에 있는 친정 집에서 가져온 것으로 값도 싸고 믿을 수 있으며 몇 호집 아무개 엄마 등도 몇 년째 자기 친정집 꿀을 대놓고 사먹고 있다고 했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면서 속일 수는 없겠지 하는 생각에 그 꿀을 들여놓고 해마다 몇 병씩만 가져다 달라는 부탁까지 해뒀다.
그 부인들이 사라진 뒤 꿀을 몇 숟갈 먹어봤으나 맛으로는 별다른 이상을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10여분 지나자 심한 감기증세처럼 목이 아프고 목소리가 가라앉아 말이 자유스럽게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의심이 생겨 조금 전 꿀 장수가 산다는 옆 동의 302호를 찾아갔더니 꿀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이 살고있었고 그 집에도 꿀 장수가 다녀갔다는 것이었다.
속은 사람이 바보겠지만 아직 젊은 여자들이 그런 식으로 세상을 살아가야만 할까 하는 생각에 서글퍼짐을 금할 수 없었다. 나 같은 어리석은 피해자가 다시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투고한다.
인정진 (서울 강동구 ?실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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