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의 절약 아이디어 뜰에 채소 재배-이발도 집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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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을 가면 피부로 물가고를 느낀다. 때문에 시장 가기가 무섭다는 주부들이 많다. 야채 한가지라도 푸짐하게 먹으려면 얄팍한 지갑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절약도 이젠 보다 적극성을 띠지 않으면 물가고 속에서 헤어나기가 어려운 때다.
지난 2월부터 투고된 주부들의 절약 아이디어들을 모아 물가고 속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워본다.
서양의 속담에 「버리는 것은 옥파와 감자의 껍질뿐」이라는 말이 있다.
예부터 절약습관이 몸에 밴 서양사람들이 비록 야채라도 버리는 부분을 적게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물건을 아낀다는 습관 자체가 절약을 낳는다. 식품 재료를 다듬을 때 버리는 부분을 적게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절약의 기초적인 자세가 될 수 있다.
다듬어버린 야채 계란의 껍질, 생선뼈 등은 훌륭한 국국물을 만드는 재료로 쓰일 수 있다.
보다 적극적인 절약방안으로 집에서 채소를 기르고 직접 옷을 만들며 이발이나 미용을 집에서 하도록 하는 방안들이 많이 투고되었다.
『중학과 국민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3명 있습니다 .아빠까지 합해 4명의 머리를 모두 내가 깎아주고 있어요. 머리를 깎는 동안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나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스킨십도 할 수 있어 절약에 앞서 화목을 도모할 수 있어요. 한 달에 1만원 전후의 돈이 절약되는 샘입니다.』
서울 화곡동의 주부 이민수씨(35)의 투고내용이다.
봄부터 야채를 직접 심어 식품비를 절약한다는 주부도 많다. 채소 가꾸기는 넓은 풀이 아니라도 손쉽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아파트라도 베란다에 상자를 놓고 채소를 기를 수 있다. 고층 아파트의 넓은 옥상은 채소 가꾸는데 이용하도록 하자는 의견도 있다.
뜰에 꽃을 심어 가꾸는 대신 채소를 가꾸어도 미관상 그다지 나쁘지 않다. 또 채소 가꾸기를 자녀들에게 맡기면 그만큼 정서함양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서울 불광동의 주부 김숙희씨(37)의 말.
김씨는 지난해 20평 남짓한 앞마당에 여러 가지 채소를 심어 식료품비룰 절약했다고 한다 채소를 가꾸면서 화학비료와 약제를 쓰지 않아 공해 없는 청정채소를 먹을 수 있다는 것도 하나의 장점이라고. 김씨는 채소재배로 적어도 월3만∼5만원의 지출을 막을 수 있다고 장담한다. 집에서 가꿀 수 있는 채소의 종류는 많다. 봄부터 가을까지 식탁을 장식할 수 있는 상치에서부터 김치를 담가 먹을 수 있는 배추, 그밖에 호박·쑥갓과 들깨·미나리·시금치·완두·강낭콩·고추·토마토 등등.
아파트에서라도 조금만 노력하고 머리를 짜면 충분히 채소를 재배해서 식용으로 쑬 수 있다. 아파트에서는 주로 사과궤짝이나 비닐로 만든 화분을 이용 할 수 있으며 베란다 한편을 시멘트 벽돌로 막아 화단을 만들어 두는 예도 있다.
또 베란다에 선반과 계단을 만들어 공간을 최대한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외국의 경우 백화점이나 상가마다 옷본가게가 있어 주부들이 이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 옷본만 있으면 집에서 직접 옷을 만들어 입을 수 있게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몇 년전부터 김경애씨가 옷본을 만들어 이를 보급하고 있다.
또 여성단체에서 옷본을 이용, 옷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고 있으며(서울YWCA) 이를 이용, 집에서 옷을 만들어 입는 주부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주부 이귀옥씨(40·서울 도곡동)는 몇 해 전부터 홈웨어나 자녀들의 옷을 직접 만들어 왔는데 적어도 연20만원은 벌고있는 셈이라고 자랑한다.
주부들의 이 같은 절약생활은 적어도 집안식구의 협조 없이는 성과를 얻을 수 없다. 특히 남편의 용돈은 자칫 낭비하기 쉬운 것이어서 용돈 씀씀이에 많은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
전기와 수돗물의 낭비를 막는 것도 주부 한사람의 힘만으로 되지 않는 것이다.
「건강은 최고의 절약」이라는 말도 있다. 자칫 집안식구가 병이라도 걸린다면 의료비 지출이 엄청나게 마련이어서 절약생활이 요구되는 시대에는 건강유지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써야한다.
때문에 식료품 비는 가능한 한 줄이지 않는 방법을 쓰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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