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핵심기술 독립 이뤄지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삼성전자 등 국내 이동전화생산업체들이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휴대전화용 핵심 칩(모뎀칩)의 독자 개발과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독자 개발에 성공하면 미국 퀄컴사에서 사 쓰는 비싼 가격의 칩을 값싼 국산으로 대체할 수 있는 데다 퀄컴과의 협상에서 독자개발 칩을 협상 카드로 활용해 특허료를 크게 낮출 수 있을 전망이다.

LG전자와 공동으로 국산 칩을 개발 중인 이오넥스 관계자는 "특허료 절감과 수입대체 효과가 향후 3년간 2조원에 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천 칩 기술 개발에 전력=LG전자는 벤처기업인 이오넥스가 개발 중인 2.5세대 CDMA 휴대전화(CDMA-1X)와 3세대 비동기식 휴대전화(W-CDMA)를 결합한 통합 칩을 현재 테스트 중이다.

LG전자 김종은 사장은 "이오넥스가 개발 중인 통합 칩의 성능을 공동으로 실험 중이며 9월께 상용화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오넥스는 퀄컴으로부터 상용 칩을 개발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확보한 상태다. 이 라이선스는 국내는 물론 해외 생산업체에도 칩을 공급할 수 있는 권리이기 때문에 상용화에 성공하면 퀄컴이 독주하는 칩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도 지난 18일 기업설명회를 통해 "자체적으로 2.5세대 CDMA칩을 개발 중이며 올 하반기부터 삼성 제품에 자체 개발한 칩을 장착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은 3년 전부터 독자적으로 CDMA 칩 개발을 추진해 왔다.

현재 CDMA 이동전화기를 만들 때 반드시 필요한 신호처리 칩의 핵심 기술은 퀄컴이 갖고 있다. 퀄컴은 칩을 국내 단말기 제조업체에 독점 공급하고 이와 별도로 단말기 생산에 따른 특허료를 국내 업체들로부터 받고 있다. 칩의 가격은 개당 10~30달러며, 특허료는 단말기 판매가의 5.25~5.75%다.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업체들이 퀄컴에 지불한 특허료는 총 12억7천4백90만달러(약 1조5천3백억원)에 달한다. 지난해의 경우 국내업체들이 수출 및 내수용 단말기를 생산하기 위해 퀄컴칩을 구입한 비용은 5천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CDMA 칩을 싸게 공급=국내 업체가 독자적으로 칩을 개발하면 국내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퀄컴으로부터의 기술종속에서 벗어나 생산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기업이 생산한 칩의 값이 퀄컴 칩보다 25~40% 싼값으로 제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회사가 자체적으로 CDMA칩을 개발해도 퀄컴에 로열티를 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이는 칩을 개발하기 위한 원천기술을 퀄컴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기술로 개발한 칩을 채택할 경우 지금보다 적은 로열티를 줄 가능성이 커진다. 퀄컴과 협상시 자체 기술력을 내세울 수 있기 때문에 로열티 협상에서 유리하게 된다.

지난해 국내 업체들이 한국시장에서 판매한 CDMA 휴대전화기는 1천5백80만대(5조2천억원)며, 해외에 수출한 CDMA 휴대전화기는 33억3천7백만달러(4조원)가량이다.

김종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