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코드로 그림을 보는 VDP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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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비디오 디스크나 플레이어(VDP=Video Disc Player)는 80년대 최대의 가전제품으로 지금 선진국 기업들이 허허실실 개발과 판매전략을 짜내고있다.
이 비디오 디스크는 한마디로 말해 그림이 나오는 레코드. 영화나 스포츠등을 수록한디스크 (레코드판)를 플레이어에 걸어서 컬러텔레비전에 재생시키는 시스팀이다. VTR(녹화재생장치)는 가정에서 녹화할수 있는데 비해 비디오디스크는 레코드를 사서 끼워넣어야만 재생이 가능하다. 미국과 「유럽」·일본등이서로 다른 방식의 VDP를 최근 2년동안에 상품으로 내놓고 주도권 쟁탈을 위한 삼파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 3개그룹의 전자전쟁은 VTR개발에서부터 확대되기 시작, 세계적인 확전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가전메이커에까지 번질 움직임이다.
포스트 컬러텔리비젼 상품으로 6년전부터 VTR 개발생산에 목숨을 건 일본은 최고의 기술력을 앞세워 융단폭격한듯 세계시장을 90%나 점령해버렸다. 「유럽」의 「필립스」나 미국의 RCA등은 추풍낙엽처럼 굵직한 시장들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보고 분루를 삼켰다.
와신상담끝에 이들이 내놓은새로운 제품이 VDP다.
「필립스」는 특수광선을 디스크에 쬐면 그 반사파에의해 화면이 나타나는 광방식 VDP를 재작년에 생산했다. 같은 시기에 RCA는 레코드판과 바늘과의 마찰에의해 음악이 나오는 것처럼 그림이 나타나는 침접촉방식을 고안해 냈다. 뒤늦게 황망히 VDP개발에 나선일본의 일부 메이커들은 이들 선발기업의 기술을 밭아들이기도했으나 「빅터」는 「필립스」와 RCA의 기술을 절층한 새로운방식의 VDP를 만들어냈다. 경이적으로 확대되는 전자산업은 기술의 무한한 가능성을 안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선진국에서는 VTR가 가정용과 업무용등 가장 강력한 정보수단으로 이용되자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자가 이의 개발에 착수, 작년에 첫작품을 내놓아 국산VTR시대의 막을 열었다. VTR개발 경쟁에서 선수를 빼앗긴 금성사는 VDP판매 전략을 짜고있는 「필립스」사와 재빨리 기술계약을 체결, 작년에 수입부품을 조립해서 시제품을 내놓았다. 역시 「필립스」의 기술을 도입한 삼성도 VDP에 본격 참여, 개발팀의 전열을 경비하는등 선진국 메이커들 만큼이나 몸이 달아있다.
금성이나 삼성의 VDP생산은 내년 중순이나 가능하다.
VDP는 VTR보다 기계적장치가 적어 값도 VTR의 절반정도인 7백50달러. 여러가지프로그램이 들어가있는 디스크도 역시 VTR데이프 가격의 절반인 20달러이나 디스크의 제조기술이 매우 어려워 국내전자메이커들은 아직까지 개발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어 당분간은 수입에 의존할수밖에 없다. VTR테이프를 생산하고있는 선경화학이 디스크의 시장성을 검토하고 있는 정도.
미국은 디스크에 영화·연극·스프츠등 호화롭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넣기위해 대영화회사인 MCA 및 3대방송중의 하나인 CBS와 손을 잡았다. VDP중디스크 산업의 매력은 플레이어 못지 않게 대단하다.
일본은 디스크 개발기술이 미숙한데다 플레이어의 작동방식이 미국과 달라 일본 독자적인 디스크 규격을 만든다 하더라도 세계시장에 얼마만큼 판매할수 있는지 미지수로 남아있다.
이 디스크는 VTR테이프보다 화면이 선명하고 필요한 부분을 빨리 찾아볼수 있다는 즉시성과 수명이 길어 자료보관에 좋다는 여러가지 이점을 가지고 있다.
미국에 자회사를 가지고있는「네델란드」의 「필립스」사는 금년에 미국 전역에 20여만대의 VDP를 판매하고 84년에는 2백70만대로 VTR의 2백50만대 수준을 능가하리라고 보고 있다. 86년부터는 VDP의 총보급대수가 VTR를 상회하리라는 예축도 나오고 있어 80년대의 VDP는 성장상품으로서의 신화를 남길지도 모른다.
이에 대처하는 일본업계의 움직임도 주목할만하다. VTR개발경쟁에서 「빅터」에 무릎을 꿇었던 「쓰시따」가 VDP개발에서도 패배를 자인, 「빅터」의 기술사단에 투항했던 것이다. 시장지향적인 경영으로 성공했던 기업이라 하더라도 기술지향적인 기업앞에서 더 이상 버텨낼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초 「마쓰시따」가 채용했던 VDP제조방식은 가장 값싸고 실용적인 제품을 만들수 있는것이었지만 소비자가 엄격히 요구하고 있는 좋은 품질과 성능을 갖추기 어렵다는 것 때문에 이를 포기했었다.
「마쓰시따」는 「빅터」방식의 VDP기술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이렇게 말했다. 『화질이 떨어질걸 뻔히 알면서 제품을 내놓는다는 것은 기술자의 치욕이다.』
「빅터」는 『미국·「우럼」에 대한 기술도입의존은 탈피해야 한다. 자신의 기술을 갖기위해 우리는 개발투자를 계속할 것이다. 세상은 기술을 갖는 자만이 살아남을수 있는 시대로 변하고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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