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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운 교수 『할복자살론』서 주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김용운 교수(한양대·수학사)는 최근 「고대신문」에 기고한『할복자살론』을 통해 일본의 「사무라이」(무사)가 옛날한국에서 건너간 「싸울아비」(싸우는 아비)의 후손이라는 주장을 펴 흥미를 끌고있다.
김 교수는 부여족이나 고구려의 지배층은 무사들이 주축을 이뤘으며 이들 싸우는 아비족 「싸울아비」가 일본에 건너가 계속 지배세력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사용하던 옛 한국말은 그대로 전해져 오늘날「사무라이」로 이어져 왔다는 것.
김 교수는 한반도의 특권층인 「싸울아비」나 일본열도의「사무라이」들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시된 것은 도덕이었다고 말하고 이 도덕은 자기조직의 힘을 강화시키는 것이어야 했으며 이를 위해서는 생명까지도 바치는 것이 최고의 가치로 승화됐었다고 주장했다.
김유신은 전사를 모면하고 돌아온 아들을 꾸짖은 뒤 바로 전장으로 쫓아버려 깨끗한 죽음을 보여줄 것을 원했으며, 백제의 계백도 적병의 손에 욕을 당하는 것이 싫어 자기 손으로 처자를 목베었던 정신 등은 모두 이 같은 모럴의 한 예라는 것.
죽음이 흔한 시기에는 죽음의 미학이 애창됐으며 이 같은 사상적 배경에서 한 개의 성이 함락될 때는 한사람도 살아남지 않고 장렬히 싸우다가 전멸 당할 수 있었다고 김 교수는 해석, 백제가 멸망할 때 3천 궁녀가 낙화암에서 집단 자살한 것은 좋은 본보기라고 말했다.
모 일본의「사무라이」들은 형식을 갖추기를 좋아하는데 이 같은 일본식의 감각과 「싸올아비」의 경신이 혼합돼 「하라끼리」(할복)라는 자살의 독특한 의식이 이뤄졌다고 김 교수는 풀이했다.
「사무라이」들이 배를 스스로 가를 만큼의 힘이 있는데도 고통을 이겨가며 죽어 가는 것은 죽음에 대한 미의식이 정신세계에 깊게 바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흔히 일본 사람들을 단결력이 강한 사람이라고 말하는데 그 단결력의 근원은 조직에 대한충성심이며 이 충성심은 「하라끼리」의 정신으로 미화돼 마치 종교처럼 일본인의 의식에 자리잡고 있다고 김 교수는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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