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 국궁장까지 … 공동묘지 깜짝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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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봉분(封墳)을 갖춘 1800기 이상의 묘지는 모두 사라지고 그 자리는 잔디밭으로 바뀌었다. 칙칙하고 어두워 으스스한 분위기마저 풍겼던 공동묘지 관리사무소는 카페가 됐다. 경기도 광주시 중대동 순암리에 있는 중대공원(6만㎡) 얘기다.

 이곳은 1957년에 조성된 공동묘지다. 20여 년 전만 해도 광주시 외곽에 있었지만 지금은 도시 중심에 놓여 있다. 무덤 중 상당수는 연고가 없어 관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시민들은 혐오시설이라며 이전을 요구했다.

 광주시는 2005년 이곳을 시민 휴식공간으로 꾸미기로 했다. 70여 억원의 예산으로 먼저 묘지를 이전했다. 연고가 있는 묘지는 보상해주고 주인이 직접 옮기도록 했다. 무연고 묘지는 충남 공주 의 한 공원묘지 공간을 확보해 이전했다. 묘지가 있던 자리는 잔디밭으로 만들었다. 이 작업에 몇 년이 걸렸다.

 매장만 허용하던 장묘 형식을 자연장으로 바꿨다.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나무·화초 등 밑이나 주변에 묻는 방식이다. 지금은 800여 기의 자연장 묘지가 있다.

 공동묘지 관리사무소(241㎡)도 리모델링했다. 관리동의 70%에 해당하는 공간에는 2010년 ‘씨밀레’라는 카페를 만들었다. 카페에선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는 노인 16명이 직접 커피를 만들어 고객들에게 내놓는다. 카페 전면은 주변 경관을 볼 수 있도록 유리로 꾸몄다. 관리사무소 화장실로 향하는 복도 벽에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남한산성 전경을 담은 타일을 붙였다. 올 3월엔 잔디밭에 국궁장까지 꾸몄다.

 이렇게 바뀌면서 공동묘지 속 카페는 ‘시민의 공간’이 됐다. 자연장 이용객뿐 아니라 물론 일반 시민들도 찾는다. 하루 평균 100여 명이 찾아 한 달 매출 1000여 만원을 올린다. 광주시민 이정윤(34·여)씨는 “공동묘지에 카페가 생겨 처음에는 좀 이상했는데 오면 올수록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광주시 손복기 노인복지팀장은 “다른 묘지도 시민 전체의 공간으로 바꾸는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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