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도서관·박물관이 전문화되고 있다-빈약한 전문분야 자료 모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도서관과 박물관이 세분, 전문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복식박물관·의약박물관·화장품박물관·다기박물관 등 전문박물관과 기술도서관·사회과학도서관·문학도서관 등 전문도서관이 그것인데 이들 전문도서관·박물관들은 종합도서관·박물관들이 쉽게 커버하지 못하는 전문분야의 핵심까지 담당할 수 있어 산업화시대의 당연한 추세로 받아들여진다.
도서관의 경우는 지난 78년 기아산업이 기계·단기·전자·화공학 등 4개 분야의 전문도서를 구비한 학산 도서관을 건립한데 뒤이어 최근 에스콰이어제화주식회사(대표 이인표)가 한국사회과학도서관(가칭)을, 동국대한국문학연구소가 한국문학도서관을 각각 준비중이다.
지난달 31일 문교부로부터 재단법인 「이경재단」 설립을 인가 받은 에스콰이어 제화는 한국사회과학도서관을 오는 9월에 개관할 예정으로 상당량의 사회과학분야전문도서를 확보한 가운데 서울 종로구 사직동 304의 28 옛 성정여중(대지 1천1백28평)을 구입, 기존건물을 개조하고 있다.
이 건물에는 4백∼5백명이 이용할 수 있는 열람실과강당·회의실·매점·식당·음악감상실 등이 마련된다. 또 교수들이 이용할 수 있는 연구실도 들어선다.
정치·경제·법률 등 3개 분야를 전공하는 교수·학생 등이 이용할 수 있으며 회원제로 운영할 방침이다. 도서관측은 걸립자인 이씨의 『원칙적으로 무료는 좋지 않다』는 주장에 따라 상징적으로 적은 액수의 이용료를 받기로 했다.
이 도서관은 5개년 계획으로, 적어도 1만권 이상의 장서를 확보할 방침이며 외국의 학회지·전문잡지도 정기구입, 비치하고 국내외 학자를 초청해 강연과 세미나도 가질 계획이다.
이씨는 이 도서관을 위해 개인주식·부동산 등을 기본재산으로 내놓았는데 개관 때까지 5억원 정도를 내 놓겠다고 말하고 있다.
동국대 한국문학연구소에 세워질 한국문학 도서관은 국내 작가·시인 등의 작품을 총망라할 예정. 현재 문인과 그들의 작품에 대한 자료 수집과 함께 작품집·시집 등을 구입하고 있다. 또 작고한 문인들의 유품이나 원고 등도 모아 문학박물관역할도 하게된다.
78년 문을 연 학산 기술도서관은 현재 1만여권의 장서를 갖추고 있으며 의원은 5천여명. 매일 l배60명 정도의 이공계대학생·대학원생들이 이용하고있다.
기아산업의 주식을 기금으로 하고 있는 이 도서관의 80년 예산은 1억4천만원. 도서구입비가 5천만원이 들었다. 외국의 기술잡지를 1백여종 정기구입하고 있고 학회지도 받고 있다.
회원 김기영군(22·서울대 4년)은 『기술잡지나 학회지를 볼 수 있어 최신의 정보·자료를 얻고 있다. 또 이 도서관의 장서 중 30%정도가 학교도서관에서 구해 볼 수 없는 것이어서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학산 기술도서관은 외국학자 초청강연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스탠더드·오일 연구소에 근무하고있는 송윤수 박사(석유공학)가 와서 강연했다.
새로 설립될 한국사회과학도서관도 학산 기술도서관과 비슷한 역할을 하게될 것 같다.
이같은 전문도서관 설립 움직임은 ▲전문도서가 부족한 대학도서관이나 일반도서관의 결점을 보완해 주고 ▲공부할 수 있는 장소와 분위기를 조성해 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학산 기술도서관이나 한국사회과학도서관은 설립자 개인의 뜻도 있겠지만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려는 의도도 간과할 수 없다.
그리나 도서관의 수가 적고 장소나 시설이 빈약한 현 실정에서 볼 때 기업인들의 도서관 설립 움직임은 바람직한 일로 평가된다.
한편 특수박물관으로는 단국대에 우리나라 복식의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복식박물관이 있고, 한독약품공업사에 옛 의약품·의서 등을 전시한 의약박물관인 한독의업박물관이 있다. 이 박물관에는 의약기 3천여점·의서 4천권을 전시하고 있다.
또 태평양화학에는 옛날여인들이 쓰던 화장품을 모아놓은 화장사관과 다기를 전시한 다예관이 있으며 덕성여대에는 연극관계자료를 모아둔 연극박물관이 있다. 그 외에도 복음경 등을 모은 성물박물관, 민화만 수집한 에밀레 박물관 등이 있는데 이들 특수박물관들이 대체로 기업의 특수성과 관계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각기 그 분야의 전문성을 내포하고 있어 경우에 따라 유용하게 이용되기도 한다. <임재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