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간 변신할 마포 석유기지, 가장 큰 3번 탱크를 공연무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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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석유비축기지 설계 공모 1등 당선작.

13년 동안 방치됐던 서울 마포구 매봉산 자락 석유비축기지가 공연장·전시시설을 갖춘 문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서울시는 ‘마포 석유비축기지 국제현상설계 공모전’ 당선작으로 백정열(Roa 건축사사무소)씨 외 2명이 제안한 ‘땅(石)으로부터 읽어낸 시간’을 선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공모전에선 95개 작품이 경합을 벌였다. 지난해 프리츠커상(건축계 노벨상 격)을 수상한 일본 건축가 이토 토요 등이 심사에 참여했다. 시는 당선작을 토대로 실시 설계를 거쳐 이르면 올해 말부터 시공에 들어간다. 당선작 조감도에 따르면 전체 5개의 석유 비축 탱크 중 규모가 가장 큰 3번 탱크(1626㎡)는 철거 후 야외 공연무대로 바뀐다. 경사지형을 이용해 객석을 만들고 기존 콘크리트 구조물은 보존한다. 4번 탱크(1178㎡)는 기존 탱크 안에 유리벽과 유리지붕의 탱크를 만들어 전시 공간을 만든다. 1번 탱크(690㎡)는 실내공연장으로, 5번 탱크(1160㎡)는 야외 전시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2번 탱크(690㎡)는 그대로 남겨둔다. 역사적 배경을 그대로 살리면서 새로운 의미를 덧붙이는 시도다. 서울시가 올해 초 발표한 개발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마포석유기지는 1970년대 오일쇼크를 경험한 후 국가적 차원의 석유비축사업 추진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매설된 탱크 5개는 크기가 지름 15∼37m, 높이 14~15m다. 비축기지 부지는 서울광장의 11배(10만㎡)에 이른다. 2000년 월드컵경기장 건설로 비축기지가 용인으로 이전되면서 탱크만 남겨졌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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