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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솔밭길 속초 산책 20년-강릉 명주의원장 정순응 박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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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육체와 정신의 건강을 누리며 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기쁨을 찾는다면 더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할아버지 품 같은 따뜻함이 절로 느껴지는 고희의의사 정순응 박사(72·강원도 강릉시 명주의원장)는 자신의 70평생을 이렇게 표현했다.
강릉에서 병원 문을 연지 43년.
스스로 지역사회의 밑거름이 되고자 65년에는 향토문화발전을 위해 확립이란 모임을 만들었고 66년에는 강릉 라이언즈클럽을 창설하는 등 정 박사의 봉사활동은 지금도 계속되고있다.
『건강을 되찾아 활발한 사회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61년에 시작한 속초 산책 덕분이지요. 바다를 거치고 송림을 지나온 그 청정한 아침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시면 새 힘이 샘솟듯 합니다.』
정 박사가 8㎞를 80분에 걷는 속초산책을 시작한 것은 비대한 몸(88㎏)에 따르는 혐심증과 고혈압에 시달렸기 때문이었다. 여름이면 4시 30분, 겨울에는 5시 30분에 나가는 그의 새벽산책은 너무도 시계와 같이 정확해 철학자 칸트의 산책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망덕산(강릉 소재)에서 저 멀리 장현 저수지를 바라보며 우리 몸의 경혈을 자극하는 체조를 하는 것이 20여년을 지켜온 나의 건강 비결이지요.』
경혈을 자극하는 체조란 정 박사가 고안한 독특한 체조법.
『이곳 산책길은 특히 소나무가 많아 일품이지요. 싱그러운 솔 내음과 쏴하는 솔 소리는 날마다 새롭습니다.』
속초산책이 정박사의 육체건강을 위한 것이라면 40여년을 지켜온 다도는 빼 놓을 수 없는 정신건강법.
『다도는 멋과 도가 어울린 내면의 수양입니다. 차의 쓰고 떫은 맛, 뒤따라오는 달고 화합 맛, 그리고 입안 가득히 퍼지는 은은한 향은 바로 인생의 고진감래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겠읍니까.』
즉 한잔의 차를 음미하는 가운데 모든 스트레스의 해소는 물론 위의 경지에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게 정박사의 지론이다.
더우기 차에는 카페인·핵사놀 등 약리작용을 갖는 성분도 있어 다도를 지키는 가운데 맑고 정적 어린 정신의 아늑함을 지니게 된다고 했다.
요즘도 하루 2백여명을 홀로 진로하며 인근 시골에 봉사활동까지 다니는 정 박사는 『건강이 계속되는 한 인술을 놓지 않겠다』며 조용히 찻잔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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