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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평가되는 과학문화재-과학사학회 분야별로 1차 조사 마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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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우리 문화재를 과학·과학사적인 측면에서 재조명해보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국과학사학회는 지난해 9월부터 산학협동재단의 후원을 받아 『한국의 과학문화재에 관한 연구』를 전상운 교수(성신여대) 박성래 교수(외국어대)등 11명의 연구위원을 확보, 일차로 88개(별표)의 과학문화재에 대합 분류와 문헌조사 및 소재 파악에 관한 연구를 마쳤다.
그동안 우리문화재에 대합 각종연구는 고고학적이고 미술사적인 관점에만 치우쳐 과학문화재가 소홀히 취급되어왔다. 이 때문에 서구과학의 우수성만 일방적으로 강조되는 경향이 있었다.
과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지정문화재로 정해져야할 문화재가 인식부족으로 방치되어 있는 것도 있으며 그 중요성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우리 과학문화재의 수준은 세계적인 것으로 그 가치가 오히려 해외에서 더욱 인정되어 「프랑스」·영국·일본 등에 다량의 우리 과학문화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책임연구원인 전 교수는 『조선말기 서구과학이 밀려들어오고 일제 36년을 겪는 동안 우리 과학문화재가 너무 소홀히 취급되어 세계적으로 가치 있는 천문관측기록이 쓰레기통에서 썩어가다 일본인에게 발견되는 등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와 일본에 반출된 우리 고 지원수량은 국내에 있는 것을 능가하며, 동경과학박물관의 해시계 등은 뛰어난 작품이다.
특히 이변 연구 중 『임진란』때의 금속활자가 일본에 보존되어있는 것이 확인돼 관심을 끌고있다.
연구팀은 88개 과학문화재를 ▲기상분과(위원장 김성삼 서울대교수) ▲천문분과(위원장 유경노 서울대교수) ▲도량형분과(위원장 박장수 성균관대교수)등 3개 분야로 구분해 연구를 실시하고있다.
다음은 분야별로 이번 조사에서 그 소중함이 새로 부각된 과학문화재.

<풍기대>
조선시대에 농작물 생산에 큰 영향을 주는 풍향과 풍속은 큰 관심의 대상이었다. 풍기대는 바람을 관측하는 일종의 석대로 풍기죽이라는 대나무에 긴 천을 매달이 풍향을 측정한 관측시설이다. 풍향은 24방향으로 측정되었으며 풍속도 천의 흔들림에 따라 몇 단계로 구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전기의 학자 강희맹(1424∼1483) 은 『우리나라는 바다를 지나 불어오는 바람은 따뜻하여 운우를 만들고 산을 거쳐 부는 바람은 차가와 농작물에 손해를 끼친다』고 적고 있다. 이것은 푄현상이라고 불리는 지금의 기상이론을 이미 파악한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 창경원과 경복궁에 영조시대의 풍기대 2기가 남아있다.

<수표>
하천의 수위를 측정해 강우량을 알아보는 것으로 세종때 나무로 만든 2개가 청계천 서편 수표굴 옆에 하나, 서울과 경기일대를 흐르는 한강변에도 설치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지금 남아있는 것은 수표교 자리에 있던 영조25년(l749)에 만든 길이 약3m. 폭20m의 육면 석주의 것으로 10척까지 높이가 표시돼 있다.
수표는 세계최초의 하천수위를 기록한 조상의 유산으로 세계기상학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한 것이라는 얘기다.

<누각>
누각(물시계)은 해시계와 달리 밤에도 쓸 수 있어 삼국시대부터 유용하게 이용된 것으로 이원사기에는 기록되어 있다. 누각 중 가장 정교하고 뛰어난 것은 세종 때(1434) 장영실이 만든 자격루.
지금 덕수궁에 있는 자격루는 중종31년(l536)에 만든 것으로 그 구조도 세종때의 자격루와 같은 것이다.
자격루는 자동시보장치까지 갖춰, 기계시계로 발전하는 원동력이 되었는데 이런 점에 비추어 남아있는 자격루의 부분이라도 문화재로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운천시계>
l664년 송이종이 제조한 자명종의 원리를 이용한 천문시계로 고대박물관에 있다. 서양의 기계식과 중국의 수차동력식을 종합한 세계 유일의 것이다.
자명종의 추를 이용하고 실내에 두어 정확한 시간을 측정함은 물론, 천체의 운행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한 획기적인 시계다.

<천병등록>
6·25때 완전히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다가 지난 76년 일부가 연세대도서관에 입수된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혜성관측 기록이다.
l664년10월10일부터 다음해 l월 초순까지 80일간의 혜성관측 내용을 흐린 날 8일을 제외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한 말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책이다. <장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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