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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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제 우리나라도「프레타·포르테」시대가 오나보다. 공업 진흥청은「국민표준체위」에맞추어 남성기성복의 경우 81개 표준호수를 지정했다. 81개「모델」은 일본의 예를 본뜬 것같은데, 아뭏든 기성복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은 대중화를 위해서는 다행한 일이다.
신사복의 경우 우리나라는 그 보급률이 1백명에 15명내지 20명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의 82명, 미국의 95명에 비하면 의외로「월·드레서」(?)들이 많다고 할까. 그러나 이것은「댄디이즘」(호사취미)때문 이라기 보다는 기성복이 너무 허술한 탓도 있다.
흔히 고급복지의 옷에 값비싼「액세서리」를 갖추어 맵시를 내는 사람을「베스트·드레서」라고 한다. 비싼 옷감은 아니지만 그래도 격식을 갖추어 입는 사람은「웰·드레서」, 수수한 차림으로도 멋을 부릴 줄 아는 사람을「니트·드레서」라고 한다.
기성복신사라면 바로 이「니트·드레서」급이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조화의 안목이 높아「니트·드레스」로도「웰· 드레서」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나라는 말이 주문 복이지, 바느질이나 정성으로 보아 외국의 기성복보다 조금도 나을것 이 없다.
68년인가「사이러스·밴스」가 미국대통령특사 자격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이때 해지고 헐어빠진 바지를 거미줄 모양으로 기워 입고왔던 기억이 난다.
1급 외교관의 복장이 이 정도인데「주문복」을 입는 생활수준이란 미국사람의 감각으론 생각 못할 일이다. 연봉10만「달러」의 수입이 있는 사람이라도「레디·메이드·클로즈」 (기성복)에 만족한다.
우선 옷이 다양해 선택의 여지가 많으며, 대상이 높아 구태여 번거롭고 비싼 주문복에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 「프레타·포르테」, 「프랑스」어로『금방 가져갈 수 있는 옷』으로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기성복은 1830년대「유럽」이나 미국에서 남성작업복이 만들어지면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 그후 경제공황과 전쟁을 겪는 동안 사람들은 값싸고 실속 있는 기성복을 찾아 입게되었다.
요즘은 여성의상의 경우「프레타·포르테」가 단연 압도적이다. 세계의 유명「디자이너」들도 이젠 기성복으로 명성을 누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금년에 의상수출을 통해 비로소 기성복들의 품질이 향상되어가고 있다. 색상하며「모드」하며 궁색을 면하게 된 것이다.
세련과 실속과 멋만 제대로 유지된다면 구태여 주문복을 고집할 사람은 없을것 같다. 이미 구두의 경우는 거의 1백% 기성화에 의존하고 있다. 20년전 만해도 누구나 주문화를 신었던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변화다. 역시 대상이 향상된 때문이다.
「프레타·포르테」업계의 분발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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