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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수익률, 펀드형이 원금보장형 3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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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대기업 회사원 이모(34)씨는 1년 전 퇴직연금을 가입할 때 고민했다. 퇴직금만큼은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에 가입하라는 주위의 조언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리는 원금이 보장되지는 않지만 더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는 ‘이스트스프링퇴직연금펀드’에 가입했다. 매달 30만원씩 넣었다. 1년간 수익금액은 54만원으로 수익률이 15%에 달했다. 퇴직연금 가입 때 고민했던 다른 원금보장형 상품의 수익률은 불과 2% 남짓이었다. 이 대리는 “예상했던 것보다도 수익률이 높다”며 “동료에게 퇴직연금펀드를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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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직연금 가운데 원리금을 보장하지 않는 상품(실적배당형)의 수익률이 원리금보장형을 크게 웃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표적인 실적배당형 상품인 퇴직연금펀드(설정액 10억원 이상 192개 펀드)의 1년 수익률(8월 22일 기준)은 7.4%에 달했다. 지난해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3%대로 호주(17.5%) 등 주요 국가는 물론 국내 국민연금(4.2%) 수익률에도 크게 못 미쳤다. 올 2분기에도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한 곳을 제외하곤 1%가 넘지 않았다.

 반면 원리금을 보장하지 않는 퇴직연금펀드는 지난 1년간 원금을 까먹은 펀드가 하나도 없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10%)을 뛰어넘는 수익률을 올린 펀드도 34개나 됐다. 이스트스프링퇴직연금펀드가 27.4%로 가장 높았고 신영퇴직연금배당주식펀드(23.5%), 미래에셋퇴직플랜펀드(20.5%)가 뒤를 이었다.

 장기 수익률도 좋다. 5년 평균 수익률의 경우 이스트스프링퇴직연금업종일등펀드가 85.7%, 신영자산운용의 ‘신영퇴직연금배당주식펀드’가 85.69%로 1, 2위에 올랐다. 주식투자 비중이 40% 미만인 채권혼합형 펀드도 선전했다. KB자산운용의 ‘KB퇴직연금배당40펀드’가 66.6%로 3위에 올랐다. 한국투자밸류의 ‘10년투자퇴직연금펀드’,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의 ‘이스트스프링퇴직연금인컴플러스40’, 신영자산운용의 ‘퇴직연금VIP밸류채권펀드’ 등도 45% 이상의 수익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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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수익률이 좋은 이유로 홍순모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이사는 “경기 변동성이 낮으면서 성장성이 높은 업종 대표주에 장기 투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KB자산운용의 최웅필 상무도 “퇴직연금의 특성을 감안해 가치투자전략으로 운용한다”며 “대형·중소형주 구분 없이 꾸준하게 안정적인 이익을 내는 종목을 발굴해 투자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6월 말 기준) 87조원 가운데 81조원(93%)이 원리금보장형이고 실적배당형은 5조원(6%)에 불과하다. 퇴직금은 노후 생활의 마지막 보루 또는 안전판이라는 이유로 안전하게 운용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김성일 제로인 퇴직연금연구소장은 “(원리금보장형은) 최근 금리가 인하돼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마이너스”라며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실적배당형 상품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적배당형 상품에 관심을 가지려 해도 투자 손실로 노후 생활이 흔들릴까 우려하는 투자자가 대다수다. 이에 대해 손성동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는 “퇴직연금은 구조적으로 오랜 기간 적립식 투자를 하게 돼 있기 때문에 단기 자본시장 변동을 너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며 “퇴직연금에서는 원금이 보장되는 게 안전한 것이 아니라 안전한 노후 생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로 안전의 기준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손 상무는 또 “해외의 경우 편차가 있지만 적립금의 50% 전후를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운용하고 있다”며 “예금 선호현상이 강한 일본에서도 실적배당형 상품의 비중이 30~50%에 달할 정도로 퇴직연금만은 적극적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퇴직연금펀드에 투자할 때는 적립금을 연 단위보다 월 단위로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월 단위로 납입하면 연단위로 하는 것보다 시간을 분산하고 적립식투자 효과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펀드에 ‘올인’하는 것보다는 운용하는 자산의 속성이 다른 다양한 펀드로 적립금을 분산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염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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