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드니 깜빡깜빡하시죠? '경도인지장애' 의심해 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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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박세진(38·가명·서울 성북구)씨는 요즘 들어 고향에 계신 부모님의 건망증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음식을 조리하고 불을 끄는 것을 잊어버려 냄비를 태우고, 같은 말을 자주 반복한다. 최근 있었던 일도 깜박 잊기 일쑤다. 전화 통화를 하면 ‘늙어서 그런 것’이라며 넘긴다. 치매는 아니지만 경도인지장애 단계다. 강남베스트클리닉 이승남 원장은 “추석 때는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면서 부모님의 신체·정신 건강을 살필 수 있다”고 말했다.

뇌세포막 구성물질(PS)로 인지력 강화

치매는 가벼운 기억장애로 시작한다. 서서히 기억력·인지력이 떨어진다. 이후 뇌세포의 노화가 진행되면서 말이 어눌해지고 이해·판단 능력이 떨어진다.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고집이 세지고, 작은 일에도 불같이 화를 낸다. 심해지면 옷을 갈아입거나 혼자 식사를 하는 일상생활조차 힘들다. 이런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까지는 20년 이상 시간이 소요된다. 이 원장은 “치매 발병 위험이 높은 경도인지장애 시기에는 일상생활엔 문제가 없지만 이미 머리 속에 치매의 싹이 자라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70세에 치매 증상이 나타났다면 50대 초·중반부터 치매를 유발하는 아밀로이드가 뇌 속에 쌓이고 있다는 의미다. 초기에는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증상이 미미해 방치하기 쉽다. 하지만 한번 망가진 뇌세포는 정상으로 되돌릴 수 없다. 이 원장은 “뇌 속에 독소 단백질인 아밀로이드가 쌓이면서 기억력·판단력이 흐려진다”며 “경도인지장애를 방치하면 치매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재까지 치매 치료법이 없다는 점이다. 단순히 진행 속도를 늦춰 중증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는 것이 전부다. 치매를 막기 위해서는 기억력·인지력이 떨어지는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예방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다. 이 시기를 놓치면 치매로 발전할 확률이 10배 이상 높다.

치매를 예방하려면 뇌세포의 노화를 늦추는 생활습관을 실천한다. 멍하니 TV를 보는 것보다 미술·노래·글쓰기 등 새로운 활동으로 뇌세포의 노화를 늦춘다. 뇌 건강에 좋은 영양성분인 포스파티딜세린(PS)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도 좋다. PS는 뇌의 세포막을 구성하는 중요한 성분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노화로 인지질의 양이 줄면서 기억력·인지력이 떨어진다. 이때 PS를 꾸준히 보충하면 몸속에서 뇌신경세포 간 신호전달 매개체인 수상돌기 밀도를 높여 신경전달 기능의 활성을 돕는다. 치매를 유발하는 아밀로이드를 직접 없애지는 못하지만 기억력·언어능력·판단력을 높여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치매를 예방하는 식이다.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치매 예방

PS는 콩·감자·우유·달걀노른자 같은 식품에 풍부하다. 하지만 식품 속의 PS 함량은 극소량으로, 하루 권장 섭취량인 300㎎을 채우기가 쉽지 않다. 콩으로 PS의 하루 권장 섭취량을 채우려면 매일 콩 15㎏을 먹어야 한다. 이 원장은 “이럴 땐 건강기능식품을 통해 효율적으로 섭취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에도 PS를 함유한 건강기능식품이 나왔다. 종근당건강에서 판매하는 ‘깜빡거릴 땐 생생한 인지력1899’가 대표적이다.

 임상적으로도 효과를 입증했다. 이스라엘 연구팀은 40세 이상 성인 18명을 대상으로 PS 300㎎을 매일 1회씩 12주 동안 섭취하도록 했다. 그 결과, 학습 인지력은 기존 66.9%에서 77.95%로, 이름·얼굴 연계 인식 능력은 2.53점에서 3.61점으로 개선됐다. PS가 노화로 저하된 인지력을 유의미하게 개선했다는 의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PS를 꾸준히 복용하면 인지기능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승인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PS가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인정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 역시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걸렸을 때 치료를 받으면서 PS를 함께 섭취했다.

글=권선미 기자 , 사진=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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