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3500만원 의정비 받고 안건 처리 '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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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대전 서구의회가 의장직을 놓고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싸움을 벌이면서 두 달째 개원도 못 하고 있다. 21일 본회의가 열렸지만 자리가 텅 비어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방의회가 감투싸움으로 파행을 빚어 자치단체 행정이 마비되고 일부 의원들은 부적절한 처신으로 사퇴압력까지 받고 있다. 충청권 지방의회 얘기다.

 대전시 서구의회는 개원 두 달이 다 되도록 원 구성도 못했다. 서구의회는 21일 본회의를 열고 의장 선출을 포함한 원 구성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회의장 입장도 못한 채 무산됐다. 의원들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긴급 간담회를 열고 원 구성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서구의원은 20명인데 새정치민주연합 10명, 새누리당 9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됐다. 지난달 10일 제212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를 시작으로 12번이나 회의를 열었지만 양측이 실력행사에 나서면서 번번이 중단됐다. 파행은 의장 선거에서 시작됐다. 6·4지방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이 11석을 얻으면서 과반을 확보, 의장을 차지하는 수순이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소속 손혜미 의원이 탈당, 무소속이 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의장 선거에서 새누리당 의원과 새정치연합 의원이 각각 10표씩을 얻으면서 선출이 번번이 무산됐다.

 이런 가운데 서구의원 20명은 지난 20일 8월분 의정활동비(의정자료수집·연구, 보조활동비) 110만원과 월정수당 227만5830원 등 1인당 337만5830원을 받았다. 이들은 지난달에도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 명목으로 337만원씩을 수령했다. 20명이 두 달간 받은 의정비는 1억3500여 만원에 달한다. 이 돈은 모두 세금이다. 이 기간 서구의회가 처리한 안건은 하나도 없다. 민선 6기가 출범한 지 50여 일이 지났지만 단 한 건의 안건도 처리하지 않고 돈만 받아 챙긴 것이다.

 대전지역 시민단체는 서구의회 정상화를 촉구하며 1인 시위를 벌였고, 시민들까지 현수막을 걸고 농성을 벌였지만 의원들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에는 ‘밥값도 못하는 의원들은 집에 가라’ ‘당선 전과 후가 다른 서구의회, 두고 봅시다’는 등 의회를 비난하는 현수막까지 정문에 걸렸다. 시민단체와 일부 시민들은 의정비 반납을 요구하고 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문창기 사무처장은 “의원들의 정파싸움과 자리욕심으로 의회가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며 “유권자인 주민들의 조언조차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충북도의회는 소수당인 새정치연합이 새누리당 소속의 이언구(59) 의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원 구성과정에서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모두 차지했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연찬회는 물론 해외연수도 독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의장이 주관하는 행사에도 불참하고 있다. 충북도의회는 31석 가운데 새누리당이 21석, 새정치연합이 10석이다.

 충주시의회 윤범로(61) 의장은 해외출장 때 동행한 여성 공무원에게 수치심을 유발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곤욕을 치르고 있다. 윤 의장의 행동은 해당 공무원이 성희롱과 모욕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드러났다. 시민단체와 일부 의원들은 윤 의장의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청주시의회 김병국(62) 의장은 지난달 개당 39만원짜리 순금 배지 38개를 제작해 동료의원들에게 돌렸다 선물 의혹에 시달렸다. ‘공동구매 성격’이라는 김 의장의 해명으로 파문이 가라앉았지만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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