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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씨의 시「서울의 예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60년대의 시가 내면탐구에 치중하여 난해하고「이미지」의 비약이 심해 독자와 거리가 멀어졌습니다.「반시」는 이러한 경향을 거부하고 보다 쉬운 전달·표현방법으로 시와 독자를 접근시키자는 운동입니다.』
정호승씨는 자신이 포함된「반시」동인의 시작활동이「반시」란 동인명침 때문에 엉뚱하게 오해되는 경우가 있었으나 사실은 아주 단순한 주장이라고 말한다. 즉 개인적이고 지적인 시에서 대중과 친화력을 가질 수 있는 시로의 변화를 모색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70년대 우리사회는 산업화의 움직임과 함께 전통적인 농경중심 문학의 붕괴가 일어났고 이동인구가 도시변두리로 편입되면서「뿌리뽑힌 사람」들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격변기에 시인이 자기소외에 갇혀 자기가 소속되어 있는 사회공동체에 대한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는 곤란하겠지요.』
그래서 반시동인들은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 몸과 마음이 편안한 사람보다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게 됐다고 말한다.
반시동인은 청년 신춘문예 당선자들이 모여「1973」이란「그룹」을 만들었다가 76년부터『반시』란 동인지를 내기 시작했고 올해로 5권째가 되었다. 5권째에는 제3세계의 시번역과 시인논, 대담등을 수록해 단순한 시동인지의 성격에서 발전했다.
『서울의 예수』는 지난해 여름에 썼다.
『서울시내에 예수가 와서 어슬렁거린다면 무엇을 느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수를 인간의 모습으로 끌어내려 본 것인데…예수도 그 시대를 고뇌하다가 죽어간 사람 아닙니까.』
힘들게 살아가는 고민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예수의 고뇌와 비슷한 것을 볼수 있었다고 한다.
종교적인 관점에서가 아니라면 지난여름 서울에는 인간 예수와 비슷한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도 있었을 거라는 이야기다.
정씨는「크러스천」이다. 그런 만큼 그의 이 시에는 예수에 대한 갈망도 포함됐다고 한다.
『서울은 확대하면 우리나라입니다. 이속에서 가난하고 속고 핍박받고 자기 마음대로 안되고 해서 슬픈 사람들에게 평화와 기쁨·도움을 달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73년 대한일보신춘문예에 시로 당선하여 문??에「데뷔」한 정씨는 반시동인으로 활약하며 79년『슬픔이 기쁨에게』라는 시집을 냈다.
그의 시는『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사회적 정의와 인종과 사람과 기다림의 철학이 깊은 슬픔의 늪에서 우러나와 친근한 대화의 언어로 쓰여진다』는 평을 받고있다. 50년생· 대구출신·현재 샘터사 편집부근무.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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