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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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본지의 새연재소설인 이병주작『미완의 극』 은 신문소량로는 보기드문 추리소설이다. 적어도 신문독자에겐 새로운 경지의 두뇌체조장이 될것도 같다. 현대 추리소설의 어머니로 불리는「애거더·크리스티」여사의 추리 작품들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거의 명탐정「에르퀼르· 포아로」다. 그「포아로」가 75년에 출판된 작품 『커튼』 에서 죽고말자「뉴스위크」지는 부음난에 실제인물의 죽음처럼 보도했다.
한술 더떠서「뉴욕·타임즈」지는 제1면에다 검은 띠를 둘러 이 탐정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 「크리스티」는 생전에 85권의 소설과 17편의 희곡을 썼다. 대부분 추리물인 작품들은 3억5천만부가 팔려 1천만「파운드」(약1백50억원)의 수입을 올린 전대미문의 역사적 기록을 남겼다.
돈을 실제로 벌어즌 주인공은 큼직한 콧수염을 가진 사투리장이 명탐점 「에르퀄르· 포아로」와 역시 귀신같은 솜씨의 노처녀탐정 「미스·매플」. 이들은 세계 독서인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현대의 영웅이었다.
물론 현대의 추리작가들이 내놓은 명탐정으론 이들외에도 「피터· 디킨슨」의 「지미· 피블즈」도 있고 「조르지· 심뇽」의 「메그레」경감도 있다.
년대를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잘 알려진 주인공들이 있다. 영국작가「코넌· 도일」의 「셜록·홈즈」와 「프랑스」 작가「르블랑」의 「아르센·뤼팽」.
하지만 역시 탐정계의 원조는 미국작가 「에드거·얼런·포」「뒤팽」이다.
「포」가 1841년 발표한 단편『모르그가의 살인』이 최초의 추리소설이니까, 당연히 「포」는 추리소선의 비조이고 그의 주인공「뒤팽」은 최초의 탐정일 수 밖에없다.
「포」에 의해 추리소설의 형식이 성립됐다곤 하지만 추리소설의 발전은 주로 영국에서 있었다.
정각 흥미있는 것은 추리소설이 뿌리내릴 수 있는 풍토가 따로 있다는 사실이다. 그 본질이 증거에 입각해서 범죄의 진상을 구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찰사법제도가 확립되고 민주적재판이 행해지는 나라가 아니면 발전이 있을 수 없다.
실제로 「히틀러」는 자유사상의 유입을 막으려고 구미의 추리소설을 국법으로 금했고 일본도 전후에 비로소 추리소설이 본격화했다.
요즘도 본격추리소설은 영·미·「프랑스」에 많고 그 밖의 나라에선 전문 추리작가도 드물고 작품도 빈약하다.
우리나라에 추리소설이 소개된 것은 l9l8년「태서문예신보」에「코넌·도일」의 단편하나가 처음 번안·소개된 때다.
김래성이 30년대이후『마인』이나 『사상의 장미』등을 통해 추리소설을 보급했던 것도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후 추리소설의 발전은 거의 없었다.
우리의 사회현실이 추리소설을 용납할만큼 성장하지못한 때문일까.
합리적 사고풍토도 조성하고 사회의 민주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이제 추리소설의 개화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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